“하하. 인물은 출중했는데 없었어. 응원단장이라 요새라면 인기가 많았을 텐데….”
14일 오후 6시 반 서울 서대문구의 한 한정식 식당. 80대 노인 7명과 50대 중년 남자 한 명이 마치 가족처럼 모여 앉아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대한항공 한상범(韓相範·59) 부사장은 매년 12월 8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한동수(韓東洙·생존했다면 83세) 씨의 기일을 즈음해 아버지 친구 7명을 초대해 저녁을 대접한다. 이들은 모두 휘문고 출신이며 한 부사장도 같은 고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나이 차이는 나지만 동문모임이기도 하다.
다리가 불편한 성악가 조주호(曺主鎬) 씨, 귀가 잘 안 들리는 최영희(崔榮喜) 전 국방부 장관, 손보기(孫寶基) 연세대 석좌교수 등 이미 여든을 훌쩍 넘긴 이들은 친구 아들의 따뜻한 초대를 받아서인지 화기애애했다. 올해는 7명 가운데 김운태(金雲泰) 서울대 명예교수가 병을 앓고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이들은 한 부사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곽복록(郭福祿) 서강대 명예교수는 “털털하고 활발한 모습이 영판 아버지를 닮았다”며 “70년 우정이 아들에게로도 이어져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덕수(李德洙) 전 동양공고 교장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을 텐데 파업에 참가한 직원들도 차별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한 부사장은 “저에게는 아버님이 일곱 분 계시는 것과 같다”며 “매년 아버님들을 모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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