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한상범 부사장, 8년째 선친친구 초대 저녁대접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3시 08분


돌아가신 부친의 친구들을 8년째 초대해 식사를 대접한 대한항공 한상범 부사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4일 술을 따르고 있다. 김재명 기자
돌아가신 부친의 친구들을 8년째 초대해 식사를 대접한 대한항공 한상범 부사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4일 술을 따르고 있다. 김재명 기자
“제 아버님은 고교 시절 여자 친구가 있었나요?”

“하하. 인물은 출중했는데 없었어. 응원단장이라 요새라면 인기가 많았을 텐데….”

14일 오후 6시 반 서울 서대문구의 한 한정식 식당. 80대 노인 7명과 50대 중년 남자 한 명이 마치 가족처럼 모여 앉아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대한항공 한상범(韓相範·59) 부사장은 매년 12월 8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한동수(韓東洙·생존했다면 83세) 씨의 기일을 즈음해 아버지 친구 7명을 초대해 저녁을 대접한다. 이들은 모두 휘문고 출신이며 한 부사장도 같은 고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나이 차이는 나지만 동문모임이기도 하다.

다리가 불편한 성악가 조주호(曺主鎬) 씨, 귀가 잘 안 들리는 최영희(崔榮喜) 전 국방부 장관, 손보기(孫寶基) 연세대 석좌교수 등 이미 여든을 훌쩍 넘긴 이들은 친구 아들의 따뜻한 초대를 받아서인지 화기애애했다. 올해는 7명 가운데 김운태(金雲泰) 서울대 명예교수가 병을 앓고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이들은 한 부사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곽복록(郭福祿) 서강대 명예교수는 “털털하고 활발한 모습이 영판 아버지를 닮았다”며 “70년 우정이 아들에게로도 이어져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덕수(李德洙) 전 동양공고 교장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을 텐데 파업에 참가한 직원들도 차별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한 부사장은 “저에게는 아버님이 일곱 분 계시는 것과 같다”며 “매년 아버님들을 모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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