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 김지인사장 "로봇게임 단순하게… 逆발상의 기적"

  • 입력 2005년 12월 29일 03시 01분


“세상과 대화하는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최근 ‘불카누스’라는 비디오게임이 ‘200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설립된 지 만 2년이 갓 지난 회사의 게임이었지만 기술력과 실험정신을 인정받은 것.

불카누스를 개발한 김지인(36·사진) 제페토 사장은 창의력과 관리의 중요성을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불카누스는 제2차 세계대전 분위기의 시가지를 배경으로 한 로봇 액션 게임인데 기존 로봇 게임과 반대로 개발한, 창의적 역(逆)발상이 성공의 배경이었다는 것.

김 사장은 “기존 로봇 게임은 조작이 어렵고 공상과학(SF) 분위기 일색이었는데 우리는 일부러 조작을 단순하게 만들어 처음 즐기는 사람을 배려했고 배경은 20세기 중반 유럽 시가지에서 따왔다”고 말했다. 이 게임은 지난달 말 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초판 5000장이 매진됐다.

대부분의 가정에 보급된 개인용 컴퓨터(PC)에서 즐기는 게임과는 달리 게임기용 게임은 게임기를 구매한 사람들만 할 수 있다. 국내의 PSP 보급 대수는 약 20만 대. 이 때문에 게임 업계에서는 게임기용 게임의 경우 1년에 1만 장만 팔려도 ‘대박’이라고 평가한다.

성공한 국산 게임은 국내 판매량은 적어도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판타그램의 ‘엑스박스’용 게임 ‘킹덤언더파이어’는 국내 판매량이 1만2000장에 불과하지만 해외에서 45만 장이 팔렸고, 소프트맥스의 ‘마그나카르타’도 국내에서는 5만 장 판매량에 그쳤지만 해외에서 20만 장 이상이 팔렸다.

이는 PC용 온라인 게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시장과 달리 세계 게임시장에서는 게임기용 게임이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불카누스는 내년 4월부터 북미 지역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제페토가 비슷한 규모의 다른 게임회사와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회사 관리. 대부분의 중소 게임회사는 개발자의 ‘창의력’을 위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허용한다.

그러다 보니 밤새 일하고 낮에는 자는 ‘올빼미형 개발자’가 많아 개인의 능률은 오를지라도 회의 시간조차 잡기 힘들어 전체 능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김 사장은 이런 문화를 바꿨다. 오전 10시면 19명 직원 모두가 출근하도록 한 것.

그는 “초기에는 반발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작업능률이 올라 2년 남짓한 기간에 휴대전화용 모바일 게임 3편을 외주 제작했고 불카누스로 상도 받았다”며 “비슷한 규모의 다른 회사가 4년 걸릴 일을 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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