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남도길 500리…중학생12명 ‘당찬 행군’

  • 입력 2006년 1월 9일 03시 02분


광주∼대구간 국도 220km를 도보로 완주한 대구 영남중 국토순례단이 대구 근교에 도착한 뒤 포즈를 잡았다. 사진 제공 영남중
광주∼대구간 국도 220km를 도보로 완주한 대구 영남중 국토순례단이 대구 근교에 도착한 뒤 포즈를 잡았다. 사진 제공 영남중
“광주와 대구를 잇는 길과 경치가 그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걸으며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고 호연지기를 키웠답니다….”

대구 영남중 학생 12명이 5일 오후 학교 운동장에 들어섰다. 광주를 출발해 국도 220km를 걸은 지 나흘 만이었다.

이들이 이동한 코스는 광주∼담양∼순창∼풍산∼남원∼함양∼거창∼합천∼고령∼대구. 500리(약 200km)가 넘는 거리인 데다 영하의 날씨가 계속돼 쉽지 않은 행군이었다.

하루 평균 40∼50km를 걸은 학생들은 “이동 도중 호남지역 주민들이 따뜻한 차를 끓여 주고 몸을 녹일 수 있는 방을 제공했다”며 “사람들이 순박하고 정(情)이 많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권순엽(14·2학년) 군은 “하루 종일 걸어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무릎이 아파 하루에도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고 말했다.

전라도 지역을 처음 여행했다는 정준영(14·2학년) 군은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을 걷는 게 훨씬 힘들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동 중 식사와 간식을 제공한 학부모 김양현(金良炫·42·여) 씨는 “말이 없던 아이들에게 다가가 다리를 주물러 주고 격려하자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다가 친어머니처럼 대했다”며 “힘든 여정을 참고 이겨낸 아이들이 정말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박영찬(朴永燦·43) 교사는 “전남 해남에서 군 복무를 하던 시절 주민들이 베풀어 준 후한 인심을 잊을 수 없다”며 “지역감정을 허물고 사내다운 기상을 심어 주기 위해 국토순례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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