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었어요, 희망의 소리를… 찾았어요, 삶의 의미를”

  • 입력 2006년 1월 16일 03시 17분


서울농학교에서 청각 장애를 딛고 배드민턴 선수로 뛰고 있는 18세 동갑내기 신경덕(왼쪽)과 강명중(오른쪽).

다음달 22일 졸업식을 앞둔 이들은 지난 주말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경북 영주시 동양대 스포츠과학과에 합격해 계속 운동할 수 있게 된 것.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농학교를 떠나면 배드민턴 선수를 포기해야 할 뻔했으나 대한배드민턴협회 서명원 홍보이사의 주선으로 동양대에서 국내 최초로 청각장애인 배드민턴팀 창단을 약속하면서 입학이 성사됐다.

서울농학교 초등부 6학년 때 처음 라켓을 잡은 이들의 실력은 수준급. 신경덕은 지난해 전국농아인체육대회 남자단식에서 우승했고 강명중은 남자복식 2위였다.

수화를 통해 지도를 받아야 하는 어려운 처지이지만 학교 수업을 마친 뒤 매일 오후 2시 반부터 네 시간 가까운 훈련 시간만큼은 요령 피우는 일도 없이 쉴 새 없이 코트를 뛰어다녔다.

신경덕과 강명중은 기다리던 합격 통보를 받아 날 듯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들을 지도하는 서울농학교 이보상 교사는 “두 선수는 초중고 모두 농학교를 다녔고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의사소통도 힘든 낯선 곳에 가게 돼 걱정이 앞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누군가 가야할 길을 먼저 개척한다는 각오로 두려움을 떨쳐 냈다는 게 이 교사의 설명이다.

서울농학교 배드민턴팀 창단 멤버로 6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신경덕과 강명중의 목표는 2009년 대만 타이베이 청각장애인올림픽 입상. 그 꿈을 향해 두 선수는 다시 한번 손을 굳게 맞잡 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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