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위원회는 ‘생명의 신비 기금’ 100억 원을 마련해 배아줄기세포 대신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성체줄기세포 연구 및 치료를 지원하는 한편 ‘생명의 신비상’을 제정해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큰 업적을 낸 학자들에게 매년 3억 원을 시상하기로 했다.
생명위원회 위원장인 염수정(63) 주교를 24일 서울 명동성당 주교관 2층 집무실로 찾아가 올해 활동 계획을 들어 봤다.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학술 법률 교육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펴나가겠습니다. 죽음문화가 판치는 세상을 생명문화가 꽃피는 사회로 만들어 갈 겁니다.”
염 주교는 4월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 1주년을 맞아 그가 생존 시 반포한 ‘생명의 신비’ 자의교서(교황이 자신의 권위로 발표하는 문서) 등 생명 관련 교회문헌 읽기 운동을 모든 신자를 대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6월 18일 ‘성체성혈대축일’, 9월 16일 김대건 신부 순교 160주년 기념 서울대교구 성체대회 등의 행사를 통해 1989년 세계성체대회 직후부터 헌혈 헌안 및 장기 골수 기증 등의 운동을 펼쳐 온 ‘한마음한몸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생명의 문화를 꽃피우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염 주교는 난치병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연구본부를 중심으로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6월 말 세포생산시설(GMP)을 완공하고 7월 14일에는 ‘제4회 가톨릭 국제줄기세포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나아가 이 같은 연구시설과 조직을 발전시켜 2009년에는 로마 바티칸의 생명학술원과의 연계하에 ‘국제 성체줄기세포 아카데미’를 발족할 계획이다.
‘생명의 신비’ 상금 3억 원은 의료분야와 학술분야로 나눠 각각 2억5000만 원과 5000만 원을 2007년 2월에 시상할 예정이다. ‘생명의 신비 기금’ 목표액 100억 원 중 현재까지 모금액은 53억 원에 이른다(모금 계좌: 예금주 (재)한마음한몸운동본부, 우리은행 1005-300-987680).
염 주교는 표정이나 말투에서 전혀 권위적이지 않고 겸손하면서도 소탈한 모습이었지만 황 교수 사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 일을 통해 인간의 모든 가치는 정직과 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교훈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 진실을 가리고 있는 환상이나 신화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되지요. 가장 반성해야 할 부분은 국익지상주의의 가치 앞에 진실문제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윤리의식의 성찰이 요구됩니다.”
염 주교는 1970년대 낙태를 허용한 모자보건법 시행 때부터 가톨릭교회는 낙태를 반대하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등 일관되게 생명운동을 펴 왔다고 소개하면서 “뜻을 같이하는 다른 종교나 시민단체들과도 사안별로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사제 서품을 받은 염 주교는 서울 이태원본당 장위동본당 등의 주임신부를 거쳐 2002년 주교 서품을 받고 서울대교구 총대리주교가 됐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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