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1급시각장애 딛고 梨大합격 정아영씨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5분


이화여대에 합격한 1급 시각장애인인 정아영 씨가 주변에서 건넨 축하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이화여대
이화여대에 합격한 1급 시각장애인인 정아영 씨가 주변에서 건넨 축하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이화여대
“아영아, 합격이야.”

1급 시각장애인 정아영(20) 씨는 18일 어머니 남복실(48) 씨가 학교 홈페이지 합격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뒤 큰소리로 외치자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이화여대 소비자인간발달학과에 합격한 그의 머릿속에는 대학 문턱에서 넘어질 때마다 이를 악물고 일어섰던 지난 3년의 시련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정 씨는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고열로 두 눈의 시력을 잃었다. 교육열이 강했던 부모님은 그가 열 살이 되던 해 경상도에 하나밖에 없는 맹인학교에 입학시켰다.

정 씨는 왕복 3시간 거리의 학교를 다니면서도 4년 만에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6개월 만에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고등학교 생활 내내 줄곧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학 합격은 쉽지 않았다. 성적은 생각만큼 오르지 않았고 결국 두 번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정 씨는 힘들 때마다 오랫동안 키워온 심리상담사의 꿈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마침 인터넷을 통해 정 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대학생 언니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도우미들은 정 씨가 각종 표나 그래프를 이해할 때까지 계속 설명해 줬고 복지관에서는 정 씨를 위해 교재를 점자로 만들어 제공했다. 정 씨는 인터넷 강의와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하루 12시간씩 공부했다.

“대학에 가면 여행도 하고 미팅도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환히 웃는 정 씨는 영락없는 ‘보통’의 신입생이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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