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이 작곡과를 졸업한 경우는 처음. 충북 청주에서 학교까지 2시간 정도 걸리는데 결석이나 지각 한번 없이 학교를 다녔다.
발달장애 3급인 유진 씨는 네 살 때 아버지 오철균(吳鐵均·52) 씨가 차 안에서 조지 윈스턴의 ‘12월(December)’을 들려주자 한번도 배운 적 없는 피아노로 곡을 연주했다.
부모는 발달장애인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이상 재능 현상(savant syndrome)’으로 생각했다. 발달장애인은 숫자 외우기 등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유진 씨는 특수학교인 청주 성신학교에 입학해 피아노를 배웠다. 단순한 손가락 운동이라도 장애 극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
그는 1994년 전국심신장애아음악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타는 등 여러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배운 곡을 연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즉흥적으로 곡을 만들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는 작곡을 배웠다. 일반계 고교를 거쳐 배재대에 입학한 뒤 20여 곡을 작곡했다. 일부 곡은 영상공연학부 졸업작품 영화의 삽입곡으로 사용됐다.
지도교수인 채경화(蔡耕華) 교수는 “일반인이 생각할 수 없는 감성과 서정적인 애수가 깃든 좋은 곡을 유진이가 만들었다”고 말했다.
단국대 특수교육학과 신현기(申鉉琦) 교수는 “발달장애인은 지능이 낮아 창의성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유진 씨는 아주 예외”라고 말했다.
어머니 유계희(柳桂熙) 씨는 “유진이가 음악을 전공하면서 사회성이 좋아졌고 지금은 광고음악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유진 씨는 16일 졸업식에서 10분간 자신이 작곡한 ‘밀레니엄 소나티네’를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학교는 총장 특별공로상과 대학원 석사과정 전액 장학증서를 수여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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