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수화통역센터 엄정옥(嚴貞玉·46·여) 씨. 그는 청각언어장애인인 송지훈(35) 신동진(45) 씨와 함께 경기 의정부시 신흥대 위생과학과 2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장을 받았다.
두 사람에게 강의 내내 수화로 통역을 해 준 그였기에 이번 졸업은 남달랐다.
“다들 칠판을 보고 앉아 있지만 저는 두 사람이 강의를 이해하도록 수화 통역을 해 주느라 늘 교수님을 등지고 앉는 무례한 학생이었죠.”
엄 씨의 수화 통역에 감동한 교수들은 미리 강의 요약본을 e메일로 보내주고 파워포인트로 수업을 진행했다.
병원이나 경찰서 등에서 수화 통역을 하느라 엄 씨가 수업에 빠질 때는 다른 학생들이 필담으로 강의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렵게 공부를 마친 세 사람은 17일 열린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해 지인을 통해 졸업장만 20일 전달받았다.
엄 씨와 송 씨는 통역 일과 상담으로 자리를 비울 수 없었고 개그맨 신동엽 씨의 형인 동진 씨는 올해부터 한국농아인협회 자막영상지원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어 짬을 내지 못한 것.
엄 씨는 “셋이서 고생하며 따낸 ‘삼각 졸업장’을 보니 너무 뿌듯하다”며 “더 많은 청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