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경북 칠곡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 도쿄(東京)제국대에서 법학을 공부하다가 광복 후 서울대 문리대로 옮겨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교수를 거쳐 1962년부터 26년간 서울대 강단을 지키다 1988년 정년퇴직한 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객원교수, 수원대 대우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고문 등을 지냈다.
저서로 ‘제2자본론’(1978년), ‘속 제2자본론’(1992년), ‘정치경제의 철학적 기초’(1988년), ‘한국 실학과 경제윤리’(1999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경제학자들의 사상을 독자적으로 해석한 제2자본론은 고인이 평생의 역작으로 여겼던 저서. 출간 당시 “나의 영혼을 담은 책이니 권당 10만 원을 받아야겠다”고 고집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주류 경제학에 편승하지 않고 동서고금의 폭넓은 사상을 수용해 핵심 요소를 수렴함으로써 독창적인 학문 세계를 구축했다는 게 고인에게서 배운 제자들의 평가다. 이 때문에 정통 경제학자들과의 학문적 교류는 많지 않았다고 후학들은 회고했다.
석사 과정 때 고인의 조교를 지냈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고인은 ‘한글이 중요하다고 해서 한자를 버리는 것은 편협한 것’이라며 집필할 때 조사만 빼고 모두 한자를 썼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1988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것을 비롯해 다산경제학상, 세종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남숙(78) 씨와 동열(56·안동유통 대표) 동욱(43·사업) 채란(54·재미) 희수(50) 희정(48) 정(47) 씨 등 2남 4녀가 있다. 빈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발인은 15일 오전 7시, 장지는 대전국립묘지. 031-787-1508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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