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에 사랑의 편지전하는 편지교장

  • 입력 2006년 4월 14일 16시 50분


전북 전주 남중학교 김현준(58) 교장은 지난해 3월부터 제자들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루에 보통 20~30통을 썼다. 많을 때는 50~60통을 보냈다. 그런 편지가 이달까지 모두 2000통을 넘었다.

김 교장은 체육부 선수, 전학 온 학생, 성적 부진 학생 등 그룹을 만들어 안부를 묻고 격려하는 내용의 편지를 컴퓨터로 작성해 학생들의 집으로 부쳤다.

그룹별로는 편지 내용이 비슷비슷하지만 학생의 개인적인 고민이나 관심사는 담임교사에게 물어 내용에 포함시켰다.

시험이 끝나면 상위그룹에는 지난번 성적과 비교하며 칭찬한다. 중위그룹에는 분발을, 하위 그룹에는 "성적이 전부는 아니니 특기와 적성을 찾아보라"고 격려한다.

김 교장은 "교장실에만 갇혀 있는 왕따 교장이 되면 안 되겠다 싶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며 "학생들과 '펜팔'을 시작하면서 전교생의 절반 정도인 400명은 얼굴과 이름을 외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편지를 받은 학생들은 처음에 의아하게 생각하다가 교장의 마음을 이해하고 답장을 보냈다.

김 교장은 "여학생들에게는 분홍색 색지에 편지를 쓰기도 한다"며 "학생들이 보내온 답장에는 웃음소리를 뜻하는 '키읔키읔키읔(ㅋㅋㅋ)'나 '삿갓(^^)' 표시가 많던데 이것도 한번 배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편지 끝에 요즘 아이들 스타일로 '안뇽'이라고 썼더니 호응이 대단했다"며 웃었다.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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