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요 ‘태평가’는 6·25전쟁 와중인 1950년 대구에서 피란살이를 하던 경기명창 이은주(李銀珠·본명 이윤란·84·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 씨가 처음 복원해 국민적 사랑을 받아 온 노래다.
이 씨는 “좁은 방에서 피란살이를 하려니 속이 상해서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하며 이 노래 가사를 지었다”며 “전쟁 후 김백봉 씨의 ‘부채춤’에도 쓰이는 등 엄청나게 많이 불렸다”고 회고했다.
경기민요의 대표적 소리꾼 이은주 명창이 27일 오후 7시 반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소리인생 70주년’ 기념 공연을 연다. 70년 가까이 살아온 서울 종로구 종로3가 국악로 거리 한옥 자택에서 기자를 맞은 이 씨는 여전히 고운 자태와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1922년 경기 양주시에서 태어난 이 명창은 15세 때 스승 원경태 명창으로부터 “경기소리에 어울리는 은(銀) 쟁반에 구슬(珠) 굴러가는 목소리를 지녔다”는 칭찬과 함께 ‘은주’라는 예명을 받았다. 안비취 묵계월 씨와 함께 ‘경기민요 3명창’으로 꼽혀 온 이 명창은 1997년 안 명창이 세상을 떠나고 지난해 묵 명창마저 소리계를 은퇴한 후 유일하게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바탕 굵은 비가 퍼붓고 난 뒤 폭포수 쏟아지듯 하는 시원시원한 청을 지녔다”(국악인 한정자)는 평을 듣는 이 명창은 이번에도 김금숙 김장순 씨 등 제자들과 함께 ‘태평가’ ‘이별가’ ‘긴 아리랑’ 등의 경기민요 대표곡들을 부를 예정이다. 은퇴한 묵 명창도 오랜만에 무대에 서서 이은주 이춘희 명창과 함께 ‘평양가’를 병창할 계획이라 눈길을 끈다.
1948년 첫 음반을 취입한 이래 국내 소리꾼으로서는 가장 많은 300여 장의 음반을 녹음한 이 명창은 79세 때인 1999년 ‘경기12잡가’ 전곡을 녹음해 국악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언젠가 일본에 갔더니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내 어릴 적 녹음한 음반들을 수십 장씩 모아 놓고 틀고 있더군요. 내가 ‘하나 살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이 귀한 걸 왜 파느냐고 해요. 무형문화재들이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데 우리 소리 보존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공연 문의 02-765-0355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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