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주 허낸도카운티의 지역신문인 ‘허낸도 투데이(Hernando Today)’는 엄격한 유교 전통 아래 희생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한인 여성 숀 박(44) 씨가 소중한 첫사랑과 18년 만에 운명적으로 재결합한 사연을 최근 ‘잃었다 되찾은 사랑’이라는 기사로 전했다.
박 씨가 트로이 포드(42) 씨를 만난 것은 텍사스 주 휴스턴으로 막 이민을 왔던 1981년.
당시 비쩍 마르고 키 큰 고교생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박 씨에게 한눈에 반했다. 그는 거의 매일 편의점을 찾다시피 했고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던 박 씨는 포드 씨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마음을 열었다.
‘I love you’를 한국어로 뭐라고 하느냐며 사랑을 고백한 그와 첫사랑을 키워 나가던 박 씨. 그러나 “백인 사위를 볼 수 없다”는 아버지를 피해 두 사람은 플로리다로 달아나 1년간 동거했다. 박 씨의 아버지는 포드 씨가 부모를 뵈러 잠시 떠난 사이 그곳까지 찾아왔다. 박 씨는 아버지의 손에 끌려가며 ‘사랑하지만 가야만 한다’는 쪽지를 남겼다.
결국 박 씨는 2년 뒤 부친이 소개한 생면부지의 남자와 결혼했다. 포드 씨도 박 씨의 결혼 소식과 함께 “사랑한다면 놓아 주라”는 박 씨 가족의 말에 더는 그를 찾지 않고 가정을 꾸렸다.
이후 13년간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던 박 씨는 7년 전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며 남긴 말에 진정한 사랑을 찾아 새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어머니는 임종 전 “너는 나 같은 삶을 살지 마라”라고 당부했고 어머니가 숨진 뒤 2개월 만에 아버지가 재혼하는 것을 지켜본 박 씨는 인터넷을 통해 ‘트로이 포드’라는 이름으로 된 전화번호 300여 개를 찾아내 일일이 통화한 끝에 마침내 첫사랑과 연결됐다.
포드 씨는 “당신을 잊지 못해 이혼했고 다시 결혼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박 씨 집을 찾아가 그의 남편에게 “당신의 아내는 내 인생의 유일한 사랑이었고 지금도 사랑한다.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고 설득했다. 결국 박 씨는 남편과 이혼했고, 포드 씨와 재결합해 아들 케이(2)를 얻었다.
최근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스프링힐로 이주해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의 좌우명은 “후회 없이 살자”. 박 씨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옆자리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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