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비너스'로 불리는 영국의 구족화가 겸 사진작가 앨리슨 래퍼(41) 씨가 9일 동안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1일 출국한다.
래퍼 씨는 방한 기간 동안 경기영어마을에서의 강연과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인마을 전시회, 한국 구족화가들과의 만남, 국회 방문 등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역동적이었고 이방인인 나를 어디에서나 반겨줬다"며 "신비하고 낯선 동양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흥미진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8일 찾은 사찰(서울 서대문구 봉원사)은 많은 영감을 줬는데 좀 더 오래 있지 못해 아쉬웠다"고 밝혔다.
래퍼 씨는 시종일관 밝고 낙천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같은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남겼다. 하지만 정작 그는 어렸을 적 사랑에 굶주렸다.
"양육원에 있을 때 울지 않으면 누구도 안아주거나 위로해주지 않았어요. 어머니조차 장애가 있는 나를 데리고 밖에 나가기를 꺼려했지요."
그런 어머니가 밉지는 않았을까. 래퍼 씨는 "미워하는 감정은 누군가를 많이 사랑할 때 가능한 것이라 어머니를 미워할 수도 없다"며 "오히려 신체적 결함을 넘어선 나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점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이제 홀로서기에 당당히 성공했지만 래퍼 씨에게는 마음 속에 '어머니'라는 빈 자리가 있다. 그가 26일 장애인복지시설인 홀트일산복지타운을 찾았을 때 "장애아동들에게 정부의 지원보다도 사랑을 줄 수 있는 어머니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
이제 어머니가 된 래퍼 씨는 "내 아들은 장애인 어머니를 가졌다는 편견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고 그것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며 아들 패리스를 걱정했다.
장애인의 신체들을 밝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작업의 목적이라는 래퍼 씨는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말했다.
"정책 입안자들이나 사회가 내 존재로 인해 잠재력이 있는데도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한 번이라도 더 바라보고 고민하게 하는 것이 사회 속에서 앨리슨 래퍼가 해야 할 일입니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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