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하는 신 교수는 1일 성공회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당의 참패는 한국 사회의 보수 구조가 대단히 완강하기 때문이지만 1차적인 책임은 참여정부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참여정부는 투명성을 높이고 권위주의를 타파하는 등 바람직한 지향을 갖고 있었으나 미숙했던 것도 사실이며 집값이나 세금을 들썩거려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교육문제는 몇 개의 정책변화로 해결할 수 없다"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체제를 갖춰야 하는데 자주 바뀌다보니 혼란만 준다"고 말했다.
최근 고려대와 동덕여대, 연세대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교내 갈등에 대해서도 그는 "대학이 자본의 논리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신 교수는 "대학이 인성을 가꾸는 곳이 아닌 기능을 익히는 곳으로 변하면서 학생에게 '대학에는 교수만 있고 스승은 없다'는 불만이 생긴다"며 "학생들만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일에서도 보람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우직한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 사회는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8일로 예정된 퇴임강연에서 '주역'에 나오는 '석과불식(碩果不食·씨를 받을 과실은 먹지 않는다)'을 인용해 이런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할 계획이다.
신 교수는 육군사관학교 경제학 교관으로 있던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했다. 1988년 가석방돼 이듬해부터 성공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신 교수는 "17년 전 출소한 뒤 학생들 앞에 설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던 게 엊그제 같다"며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젊은 사람들과 소통에 힘쓰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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