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에서는 기교 위주의 춤을 추지만 저는 이야기 전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바가지 머리’도 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어릴 적 순수한 소녀 시절,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상징하기 위한 ‘설정’이었죠.”
그는 7명의 심사위원에게서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아 현대무용 남자 부문 금상을 수상했고 이어 각 부문 금상 수상자끼리 다시 겨뤄 뽑는 대상마저 거머쥐었다. 그에게 만점을 주었던 김혜정 (단국대 무용과)교수는 “개성이 뚜렷하고 표현력과 창의력이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금상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어요. 교수님도, 선배 형들도 같이 울고. 금상 탄 후 대상은 오히려 덤 같았어요. 금상은 제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상이니까요.”
동아무용콩쿠르의 하이라이트는 군 면제 혜택이 주어지는 금상을 놓고 벌이는 남자 무용수끼리의 불꽃 튀는 경쟁이다.
“운동이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군대에 가도 상무나 군악대가 있지만 남자 무용수들은 정말 갈 곳이 없어요. 무용을 할 때 쓰는 근육은 흔히 운동을 해서 얻는 근육과는 전혀 다르거든요. 남자 무용수에게 군 면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없애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럼 남자 무용수들은 설 땅이 없어지는 거죠.”
그는 동아콩쿠르에 앞서 대학 시절 이미 10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무용계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졌다. 출연한 무용 작품만도 100여 편.
아직 현대무용을 보러 오는 관객은 적다. 무용수들의 삶도 고달프다.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과도 싸워야 하는 남자 무용수의 삶은 더 그렇다. 그가 무용단 활동으로 버는 돈은 연 1000만 원 안팎. 나머지는 레슨과 학원 교습 등 ‘부업’을 해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자부심이 있어 행복해요. 제 좌우명이 ‘지금 이 순간을 잡아라’예요. 춤추는 순간엔 그 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죠.”
그의 궁극적인 꿈은 안무가다.
“춤 제목이 ‘커피’면 춤도 ‘커피’임을 관객이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춤이 대부분이잖아요. 저는 추상적인 춤 대신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춤을 추고 싶어요. 춤을 보고 멋진 이미지 하나를 마음에 새기면 좋고, 메시지까지 가져가실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예술이 뭐, 별 건가요?”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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