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탕에서 F-4까지…‘창공의 父子’ 현창건 옹-현승기 소령

  • 입력 2006년 6월 23일 03시 01분


22일 아들인 현승기 소령과 함께 6·25전쟁 당시 복무했던 강릉 18전투비행단을 찾은 현창건 옹이 F-5E 전투기에 탑승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 공군
22일 아들인 현승기 소령과 함께 6·25전쟁 당시 복무했던 강릉 18전투비행단을 찾은 현창건 옹이 F-5E 전투기에 탑승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 공군
6·25전쟁 발발 56주년을 맞는 현창건(80) 옹의 감회는 남다르다.

전쟁 당시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던 현 옹은 지금도 사선(死線)을 넘나든 기억들이 생생하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5월 공군 소위로 임관한 현 옹은 1명의 전투기 조종사가 아쉬운 상황에서 이착륙 훈련을 3, 4차례 한 직후 실전에 투입됐다.

당시 현 옹은 강원 강릉의 제10전투비행전대 소속 조종사로 F-51 머스탱(무스탕) 전투기를 몰고 141차례나 출격했다. 적진 폭격임무를 수행하다 적의 고사포에 프로펠러가 부러져 추락 직전 아슬아슬하게 비상착륙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 비행 중 기체에서 유출된 기름이 조종석 유리를 뒤덮어 한 손으로 기름을 닦고, 다른 한 손으로 조종간을 잡고 가까스로 착륙한 경험도 있다.

현 옹은 1952년 8월 평양 대폭격과 1953년 3월 공산군의 수중에 떨어질 뻔했던 강원 고성 남쪽 7.5km 지점 351고지 사수를 위한 공중지원작전에도 참가했다.

그로부터 반세기 후 예비역 대령으로 예편한 현 옹의 뒤를 이어 아들인 현승기(36·공사 42기) 소령이 창공을 날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사진첩에 담긴 전쟁 당시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전투기 조종사를 동경해 온 현 소령은 고교 2학년 때 아버지의 길을 따르기로 마음을 굳혔다.

현 소령은 1994년 공군에 입대해 F-4E 팬텀을 주기종으로 몰고 있으며 그동안 F-5, T-59와 같은 다른 기종도 조종해 총 1700여 시간의 비행 기록을 보유한 베테랑이다.

현 옹은 “전투기 조종은 어떤 일보다 위험하지만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숭고한 사명”이라며 “아들도 조국의 하늘을 수호하고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긍지를 느낀다”고 자랑스러워했다.

현 소령도 “아버지께서 보여 주신 용기와 사명감, 애국심을 늘 귀감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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