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양 말고도 이 마을 중학생 24명이 각자 목표를 세우고 학습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가 먼저 놀라는 이런 변화의 계기는 아산지역 교사와 장학사 등 43명이 4월 중순 시작한 '과외 봉사활동'.
화합의 마을은 2001년 5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집짓기에 참여해 화제를 모은 곳이다. 당시 무주택 100여 가구(376명)가 혜택을 입어 입주했지만 또 다른 고민이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이 여전하고 시내가 멀어 자녀의 과외나 학원수강은 엄두 낼 수 없었기 때문.
"전문 영역에서 봉사할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 학습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 학생들의 공부를 돕기로 했어요. 각 학교에서 과목별로 교사들의 자원이 줄을 이었어요."
봉사활동을 주도한 강혜옥 아산교육청 장학사는 "봉사 슬로건은 '민들레 교육사랑'"이라고 소개했다. 제자 사랑이 민들레 홀씨처럼 널리 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교사들은 주당 4일(하루 3시간) 매일 저녁 6시 반부터 9시까지 마을을 번갈아 방문해 전 교과목을 가르친다. 1대 1 결연도 맺어 개인 상담도 하고 있다.
우선 처음에는 5월 초로 예정된 중간고사에 대비해 집중적으로 문제풀이를 했다. 성적이 올라야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성적이 20% 가량 오르자 학생들의 열의도 높아졌다. 하지만 오랫동안 자신감을 잃어온 터여서 미래에 대한 목표가 없었다.
교사들은 꿈과 희망을 되찾아 주기위해 8일 체험여행을 실시했다. 서울대 도서관 등을 방문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동숭동 대학로의 소극장을 찾아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연극 '바쁘다 바뻐'도 관람시켰다.
용화중 현정숙 교사는 "이제 아이들이 마음속에 새긴 목표와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이끌어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아산시교육청은 초청강연과 체험학습, 문화기행을 확대할 수 있도록 5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은별(15·도고중 3년) 양의 어머니인 임영숙(35) 씨는 "맞벌이 하느라 자녀 공부가 늘 걱정이었는데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정말 마음이 놓인다"고 기뻐했다.
아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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