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재 日서 팔리는데 화 안나세요”

  • 입력 2006년 7월 29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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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안승준 씨
사진 제공 안승준 씨
일본 고서적상이 소장하고 있던 충무공 김시민(金時敏·1554∼1592) 장군 공신교서(공신에게 임금이 상을 내린 기록을 담은 문서)가 25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돌아온 데에는 숨은 ‘공신’이 한 사람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안승준(46·사진) 고문서연구실 전문위원이 그 주인공.

“경매 도록에 있는 문서가 김시민 장군의 공신교서라는 것을 알고 반드시 회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우리 문화재가 일본에서 경매된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안 위원은 지난해 11월 교토(京都)대에서 객원교수로 있을 때 이 문서를 확인했다. 같은 대학의 김문경 교수가 찾아와 “일본 고서적 상인이 보낸 경매 도록에 조선 관련 문서도 있는 것 같으니 한번 봐 달라”고 부탁해 왔다.

안 위원은 그 문서가 김시민 장군의 공신교서라는 사실을 곧바로 확인했으나 이미 일본 고서적상에게 낙찰된 이후였다.

안 위원은 교토대에서 세미나를 열어 공신교서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낙찰가를 알아낸 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안동 김씨 종친회, 김시민장군 기념사업회 등에 문서의 구입을 의뢰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다른 일본 고서적상이 이 문서에 욕심을 내는 바람에 자칫하면 영원히 회수하지 못할 뻔했습니다. 낙찰받은 서적상이 한 달밖에 여유를 주지 않고 1억여 원을 부르는 바람에 곤혹스러웠습니다.”

안 위원은 수소문한 끝에 국내 방송사에 연락을 해 공신교서를 구입하기 위한 기금 마련 운동을 이끌었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많은 사람이 우리 문화재의 회수에 열정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했다”며 “일본 내에 숨겨진 한국 고문서를 모두 찾아내는 것이 학자로서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9월 일본으로 가 현지에서 찾아낸 한국 고문서를 마이크로필름에 모두 담을 예정이다. 앞으로 벌어질 고문서 반환 협정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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