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 판사 권영미 씨

  • 입력 2006년 8월 13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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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1세로 힘들게 살아온 부모님 생각에 연방법원 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이민 2세대로 캐나다에서 태어나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권영미(27·여) 씨. 크지 않은 키에 소녀 같은 외모의 권 씨는 미국 연방법원의 판사다.

미국 노스웨스턴대를 나와 UCLA 로스쿨에 진학한 권 씨는 이달 말 로스쿨을 졸업하기도 전에 미국 시카고 연방법원 판사보로 임용됐다. 권 씨는 일정기간동안 재판연구관 격인 판사보를 거쳐 연방법원 판사로 일하게 된다.

연방정부가 임명하는 연방판사는 보통 변호사 경력 10년 이상을 가진 이들 중에 선발된다. 법과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뒤 바로 연방 판사가 되는 경우는 매년 수명에 불과하고 권 씨처럼 아시아계 여성이 변호사 경력도 없이 연방법원 판사로 임용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권 씨는 로스쿨 졸업 전 미국 유수의 대형 로펌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먼 이국땅에서 소수인종으로 힘들게 살아온 부모세대를 생각하며 그는 연방법원의 이민법 전문 법관이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권 씨는 "한국에서는 법관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지만 미국의 법관들은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소신껏 판결을 내린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 소수인종의 인권 향상을 위해서는 이민법에 대해 좀더 진보적인 판결을 내릴 수 있는 법관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종합청사를 찾아 형사재판을 직접 방청하기도 한 권 씨는 "앞으로 미국 사법부에도 한국인 판사가 늘어 양국 법원간 교류가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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