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2세대로 캐나다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권영미(27·사진) 씨. 크지 않은 키에 소녀 같은 외모의 권 씨는 미국 연방법원의 판사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를 나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한 권 씨는 이달 말 로스쿨을 졸업하기도 전에 미국 시카고 연방법원 판사보로 임용됐다. 권 씨는 일정 기간 재판연구관 격인 판사보를 거쳐 연방법원 판사로 일하게 된다.
연방정부는 보통 변호사 경력 10년 이상인 사람을 연방판사로 임명한다. 로스쿨을 졸업한 뒤 바로 연방판사가 되는 경우는 매년 몇 명에 불과하고 권 씨처럼 아시아계 여성이 변호사 경력도 없이 연방법원 판사보로 임용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권 씨는 로스쿨 졸업 전 미국 유수의 대형 로펌들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먼 이국땅에서 소수 인종으로 힘들게 살아온 부모 세대를 생각하며 그는 연방법원의 이민법 전문 법관이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권 씨는 “한국에서는 법관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지만 미국의 법관들은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소신껏 판결을 내린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 소수 인종의 인권 향상을 위해서는 이민법에 대해 좀 더 진보적인 판결을 내릴 수 있는 법관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