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운동을 숫자로 그리다…가우스상 초대 수상자 日이토교수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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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학자연맹(IMU)이 수학 응용 분야의 최고공로자에게 주는 ‘가우스상’의 첫 수상자로 이토 기요시(伊藤淸·90·사진) 일본 교토(京都)대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세계 금융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인’으로 통하는 이토 교수는 일명 ‘이토공식’으로 불리는 확률미분방정식의 창시자.

흔히 물체의 낙하운동이나 기계 등의 규칙적인 움직임은 미분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지만 액체 속에서 떠다니는 꽃가루의 움직임처럼 불규칙한 운동(브라운 운동)은 이토공식이 나오기 전까지 미분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토 교수는 미분이론에 확률론을 접목해 이 난제를 해결했다.

이토공식은 1942년 발표 직후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이 주가와 환율의 불규칙적인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데 이 공식을 응용하면서 1980년대부터 각광받았다.

로버트 머튼 미 하버드대 교수와 마이런 숄스 미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이토공식을 토대로 옵션(주식과 외환 등을 사고팔 권리 자체를 사고파는 금융상품) 가격 결정이론을 정립해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도쿄(東京)제국대 이화학부를 졸업한 이토 교수는 내각 통계국 통계관, 나고야(名古屋)대 조교수, 교토대 교수를 거쳐 1979년부터 1985년까지는 가쿠슈인(學習院)대 교수를 지냈다.

IMU는 앞으로 공학과 비즈니스, 실생활에 큰 공헌을 한 수학자를 선정해 4년에 한 번씩 가우스상을 시상할 계획이다. 상금은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메달과 같은 1만 유로(약 1400만 원)다.

한편 이토 교수의 가우스상 수상으로 다시 한번 입증된 수학강국 일본의 면모는 필즈메달 역대 수상자 명단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필즈메달이 제정된 1936년 이후 지금까지 일본은 고다이라 구니히코(小平邦彦·1954년 수상·작고) 전 도쿄대 명예교수, 히로나카 헤이스케(廣中平祐·1970년 수상) 소조가쿠엔(創造學園)대 학장, 모리 시게후미(森重文·1990년 수상) 교토대 교수 등 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들을 제외하고 필즈메달을 받은 아시아인은 중국계인 추청퉁(丘成桐) 미 하버드대 교수뿐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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