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대 화학교수 폴 허겐로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정상세포가 잘못되었을 때 스스로를 죽여 없애버리는 메커니즘인 세포소멸(apoptosis)을 암세포에도 유발시킬 수 있는 합성물질을 찾아냈다고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 인터넷판이 28일 보도했다.
건강한 세포는 스스로에게 뭔가 잘못되었을 때 자살하는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으며 이를 세포소멸이라고 한다. 이 세포소멸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프로카스파제 3'이라는 효소가 자살을 실행하는 효소인 카스파제 3으로 전환하는데 암세포는 이러한 전환과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악성종양으로 증식하게 된다.
허겐로서 박사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화학생물학(Nature Chemical Biology)'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암세포의 프로카스파제 3을 카스파제 3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합성분자를 찾아내 이를 '프로카스파제 활성화물질-1(PAC-1: Procaspase Activating Compound-1)'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밝혔다.
허겐로서 박사는 2만500가지 합성분자를 조사한 끝에 이러한 전환능력을 가진 4개의 분자를 골라냈으며 이 중 단 하나인 PAC-1이 투여량 증가에 따라 전환능력도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연구논문 작성에는 조명행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수의독성학)와 대학원생 2명도 함께 참여했다. 조 교수는 29일 "이번에 발견된 합성물질은 특정한 암세포를 겨냥해 자살을 쉽게 유도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비슷한 연구와 차별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허겐로서 박사의 요청을 받고 폐암을 대상으로 7개월 정도 실험을 실시해 PAC-1이 폐암세포를 억제해 죽이는 과정을 입증했다. 조 교수는 "PAC-1이 암세포를 죽이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허겐로서 박사는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성과 적정투여량을 확인한 뒤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며 임상시험의 1차 표적은 대장암과 폐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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