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현지에서 시온복음선교회를 이끌고 있는 김연응(미국명 글로리아 김·65) 씨.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1일 현지 노숙인들로부터 ‘어머니’로 불리며 20년 넘게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해 온 김 씨의 삶을 2개면에 걸쳐 소개했다.
김 씨는 근 20년 동안 오전 2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거리 노숙인들에게 나눠줄 음식을 준비한다. 4시면 차를 몰고 나가 다리 밑과 공원, 거리 모퉁이들을 돌면서 노숙인들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차에는 바나나 2박스, 물 25L, 빵 400개, 200명분의 수프, 포도, 양말과 옷가지들이 실려 있다.
김 씨는 노숙인들이 ‘마마’를 소리치며 달려와 음식을 먹고 주변에 둘러서서 찬송가 ‘놀라운 은총’을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런 그의 일상은 변함이 없다. 그 자신은 백내장과 안구건조증을 앓고 있지만 몸을 돌볼 여유도 없다.
어려운 이를 위한 김 씨의 삶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미국으로 이민 온 김 씨는 1978년 간호병으로 입대해 1979년부터 2년간 용산 미군기지의 병원에서 근무했다. 당시 미군이 가난한 한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료 시술을 곁에서 도와주며 김 씨는 봉사에 눈을 뜨게 됐다.
1982년 제대한 김 씨는 1984년 플로리다 주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옮겨왔고 1986년부터 노숙인, 범법자들에 대한 봉사를 목적으로 선교회를 설립한 뒤 어머니(1990년 사망)와 함께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성경학교와 퓨리턴대를 졸업한 목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에게선 티끌만큼의 권위의식도 느껴지지 않는다.
김 씨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이웃돕기도 그리 오래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누군가가 이 일을 맡아서 하면 곁에서 죽는 날까지 도와줄 수 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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