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하루같이 음식싣고 거리로”…LA ‘노숙인들의 마마’

  • 입력 2006년 9월 13일 03시 02분


미국 노숙인들에게 먹을 것을 건네주는 로스앤젤레스 시온복음선교회 김연응 씨. 사진 출처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미국 노숙인들에게 먹을 것을 건네주는 로스앤젤레스 시온복음선교회 김연응 씨. 사진 출처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한인 여성이 ‘빈자의 성녀’로 추앙받는 테레사 수녀를 닮은 헌신으로 미국 사회에 감동을 던지고 있다.

주인공은 현지에서 시온복음선교회를 이끌고 있는 김연응(미국명 글로리아 김·65) 씨.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1일 현지 노숙인들로부터 ‘어머니’로 불리며 20년 넘게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해 온 김 씨의 삶을 2개면에 걸쳐 소개했다.

김 씨는 근 20년 동안 오전 2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거리 노숙인들에게 나눠줄 음식을 준비한다. 4시면 차를 몰고 나가 다리 밑과 공원, 거리 모퉁이들을 돌면서 노숙인들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차에는 바나나 2박스, 물 25L, 빵 400개, 200명분의 수프, 포도, 양말과 옷가지들이 실려 있다.

김 씨는 노숙인들이 ‘마마’를 소리치며 달려와 음식을 먹고 주변에 둘러서서 찬송가 ‘놀라운 은총’을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런 그의 일상은 변함이 없다. 그 자신은 백내장과 안구건조증을 앓고 있지만 몸을 돌볼 여유도 없다.

어려운 이를 위한 김 씨의 삶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미국으로 이민 온 김 씨는 1978년 간호병으로 입대해 1979년부터 2년간 용산 미군기지의 병원에서 근무했다. 당시 미군이 가난한 한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료 시술을 곁에서 도와주며 김 씨는 봉사에 눈을 뜨게 됐다.

1982년 제대한 김 씨는 1984년 플로리다 주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옮겨왔고 1986년부터 노숙인, 범법자들에 대한 봉사를 목적으로 선교회를 설립한 뒤 어머니(1990년 사망)와 함께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성경학교와 퓨리턴대를 졸업한 목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에게선 티끌만큼의 권위의식도 느껴지지 않는다.

김 씨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이웃돕기도 그리 오래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누군가가 이 일을 맡아서 하면 곁에서 죽는 날까지 도와줄 수 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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