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으로 100m 15초 주파… 장애인체전 은메달 조수현 씨

  • 입력 2006년 9월 15일 03시 02분


강병기 기자
강병기 기자
14일 오후 울산종합운동장.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제2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절단 및 척수장애 200m 결승이 열렸다.

6번 레인에서 한 선수가 절뚝절뚝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힘겹게 뛰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한쪽 발이 의족이다.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스포츠의족 육상선수 조수현(20·서울) 씨.

그는 이날 32초 81로 결승선을 끊어 28초 03의 이성기(38·경남) 씨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전날 열린 100m 경기에서도 15초 07로 13초 88을 기록한 이 씨에 이어 2위로 골인했다.

우승한 이 씨는 척추분리증을 앓고 있지만 두 다리는 정상이다. 이 씨는 “나도 조 씨가 의족으로 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조 씨는 고교 3학년 때인 2004년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 승용차와 정면으로 부닥쳤고 이 사고로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잘라 내야만 했다.

“죽고 싶었어요.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받아들일 수 없었죠. 매일 술만 마셨죠. 나중에는 친구들도 떠나 혼자 술집을 찾기도 했어요.”

조 씨는 올해 초 충북 음성군의 꽃동네를 찾았다.

“그곳에는 장애인으로 태어나 부모한테 버림받은 아이들도 밝게 자라고 있었어요. 한 아이가 ‘오빠는 왜 다리가 없어? 내가 물 줄게. 그러면 자라날 거야’라며 해맑게 웃는데 스스로가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마음을 고쳐먹었다. 의수족보조기 회사에 취직했고 절단장애인협회장 김진희 씨의 권유로 육상도 시작했다. 그는 헬스클럽에서 근력을 키웠고 틈틈이 트랙을 찾아 돌았다.

“이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스노보드도 타고 여름에는 수상스키도 탔는걸요.”

조 씨의 100m 최고기록은 13초 98. 이번 대회에서는 왼쪽 발목 부상 때문에 기록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현재 의족육상 100m 세계기록은 10초 90. 비장애인의 한국기록(10초 34)에 육박할 정도다. 최첨단 의족 과학도 한몫을 하고 있다. ‘플렉스 풋’이라 불리는 스포츠의족 중 첨단 제품은 1억5000여만 원에 이른다.

조 씨의 의족도 국내에서는 고가인 650만 원짜리지만 아직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 현재 의족 제작 기술을 익히고 있는 조 씨는 절단장애인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족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계속 도전할 겁니다. 장애인 마라톤 학교에서 마라톤도 시작할 거고요. 한국대표로 꼭 세계대회에 나갈 거예요.”

울산=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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