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97년 美선紙 ‘산타클로스’사설 게재

  • 입력 2006년 9월 21일 02시 55분


“편집장님께. 저는 여덟 살이에요. 제 친구들이 산타클로스는 없다고 하네요. 진실을 알려주세요. 산타클로스는 있나요?”

“버지니아, 네 친구들 말이 틀렸단다. 친구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지 않는 모양이구나.”

미국 뉴욕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선(The Sun)’의 1897년 9월 21일자 사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크리스마스를 3개월 앞둔 시점. 느닷없이 산타클로스에 관한 사설을 쓴 이유는 뭘까.

이 사설을 실은 것은 여덟 살짜리 꼬마의 편지 때문. 뉴욕에 사는 버지니아 오핸런은 친구의 말을 듣고 산타클로스가 있는지 없는지 고민하게 됐다. 버지니아의 아버지는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 보라고 말했다.

버지니아의 편지를 받은 선의 편집장은 베테랑 기자인 프랜시스 파셀러스 처치 씨에게 이를 건네줬다. 그리고 사설 집필을 맡겼다.

“산타클로스는 분명히 존재한단다. 마치 사랑과 관용, 헌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리고 너도 알잖니. 이런 것들이 너의 삶에 최고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준다는 것을.”

아이에게 믿음을 주기 위한 처치 씨의 노력은 계속된다.

“보이지 않는 세상에는 베일이 있단다. 아무리 힘센 사람이라도 베일을 걷어치울 수는 없지. 단지 믿음과 상상, 시, 사랑, 낭만만이 커튼을 열고 베일 뒤에 있는 숭고한 아름다움과 영광을 볼 수 있어.”

사설이 나온 뒤 일부에서는 편지를 보냈다는 아이가 실제로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사설의 동어반복을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많은 찬사가 쏟아졌다. 찬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사설이 나온 뒤 정확히 100년 뒤인 1997년 9월 21일 뉴욕타임스는 자사의 사설 담당 에디터인 하월 레인스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썼다.

“아이가 한 일은 어른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한 것입니다. 그리고 편집장이 한 일은 아이를 보호한 것이죠. 동시에 어른 독자들도 보호한 셈입니다.”

사설의 두 주인공인 처치 씨는 1906년, 버지니아는 1971년에 각각 세상을 떠났으나 사설은 아직도 ‘살아 있다’.

사설 내용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1974년에 선보였고 1991년에는 영화로도 나와 우리 마음속에 함께 살고 있는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일깨워줬다. 그리고 올해 4월 미국 보스턴 출신의 밴드 ‘드레스덴 돌스’는 앨범 ‘예스, 버지니아’를 발표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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