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좇던 소년 ‘황색 우상’으로… 허들 월드스타 류 샹

  • 입력 2006년 9월 27일 03시 03분


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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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영웅’이 있었다. 비슷하게나마 되려고 피나는 노력을 했다. 결국 그를 넘어 세계 최강이 됐다.

아시아 선수론 사상 처음 육상 단거리 남자 110m 허들에서 세계기록(12초 88)을 세운 ‘황색 탄환’ 류샹(23·중국·사진). 28일 열리는 2006 대구육상경기대회 참가차 한국을 찾은 그를 26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만났다.

“어렸을 때 허들 스타 앨런 존슨(35·미국)을 보고 반했다. 허들을 넘는데 매우 빨라 놀랐다. 예술이었다. 그래서 그와 같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존슨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12초 92의 최고기록을 가지고 있던 허들 스타.

1983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류샹은 존슨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던 해에 육상에 입문했다. 처음엔 큰 키 때문에 높이뛰기를 했다. 하지만 3년 뒤 허들로 전향했다. 표범같이 날렵하게 허들을 넘는 존슨에 매료된 데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를 지도하고 있는 쑨하이핑(52) 감독의 영향 때문이었다. 쑨 감독은 “류샹이 키가 큰데다 스피드까지 좋아 높이뛰기보다는 허들에서 더 큰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쑨 감독의 지도를 받은 류샹은 허들 기록의 핵심인 스피드 향상과 허들링(허들 넘는 기술)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쉽진 않았다.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그를 끌어들인 ‘영웅’이 있었기에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주니어 시절인 2002년 로잔그랑프리대회에 출전해 13초 12로 세계 주니어 및 아시아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국제무대에 첫발을 디딘 것이다. 그리고 2004년 5월 오사카대회에서는 급기야 13초 06으로 자신의 영웅 존슨을 누르고 우승했다.

‘동양인의 한계’를 딛고 세계의 벽을 뛰어넘자 이젠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12초 91의 세계기록 타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 미국인으로 ‘13초’ 벽을 넘은 최초의 선수로 그는 일약 월드 스타가 됐다. 올 7월 12일 로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슈퍼그랑프리대회에선 세계기록을 12초 88까지 당겼다.

류샹은 “오늘이 있기까지 감독님의 지도가 큰 몫을 차지했다”고 했다. 그를 7년째 지도하는 쑨 감독은 “잠재력이 큰 류샹이 있었고 기록의 관건인 스피드와 허들링에 집중 투자하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과학적인 지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샹의 목표는 세계기록을 깨고 또 깨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2연패 하는 것.

한국은 육상 후진국. 특히 단거리는 세계의 벽과 큰 차가 난다. 110m 허들의 경우 한국 기록(13초 71·박태경)이 류샹에 무려 0.83초나 차이가 난다.

류샹이 한국 육상에 주는 조언은 간단했다. “좋은 지도자와 선수, 그리고 과학적인 훈련 방법이란 3박자에 노력이 가해진다면 한국도 이른 시간 안에 세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를 넘으려는 라이벌의 존재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류샹은 국제무대에서 아직도 가끔씩 1등을 주고받는 관계인 ‘자신만의 영웅’ 존슨과 28일 다시 라이벌 대결을 벌인다.

대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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