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20년 美대령 토마토 무해성 입증

  • 입력 2006년 9월 28일 03시 01분


“독초를 먹다니. 꺅!”

1820년 9월 28일 미국 뉴저지 주 셀렘 재판소 앞에 2000여 명의 군중이 운집했다. 어느 용감한 육군 대령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독초’인 토마토를 먹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로버트 존슨. 존슨 대령의 도전에 대해 마을의 의사였던 미터 박사는 “토마토는 유독하다. 대령은 금세 열이 나서 죽고 말 것이다”고 단언했다.

드디어 존슨 대령이 토마토를 덥석 베어 문 순간, 비명을 지르며 실신하는 여성들이 속출했다. 비명은 이내 우렁찬 탄성으로 바뀌었다. 물론 존슨 대령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무려 24kg에 이르는 토마토를 먹어 치웠다고 한다.

토마토가 북미대륙에 보급되던 무렵인 19세기 초, 당시 미국인들이 토마토 유독설을 신봉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 유명한 이야기다.

토마토가 최초로 발견된 곳은 남미의 페루였다. 스페인을 통해 전래된 토마토를 처음 본 유럽인들은 그 강렬한 냄새와 독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투명하고 반지르르 윤기가 흐르는 열매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이 열매는 ‘구약성서’에도 등장하는 가짓과의 독초 ‘맨드레이크’를 연상시켰다. 황금색 열매가 열리는 맨드레이크의 뿌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남녀의 모습을 연상시켰기 때문에 ‘사랑의 가지’라고 불렸다. 이 식물은 최음 작용이 있다고 해 종종 은밀한 의식이나 불륜, 임신을 촉진하는 비약으로 쓰이기도 했다.

당시의 유럽인들은 뿌리가 맨드레이크와 비슷한 토마토를 ‘사랑의 가지’의 일종이라고 결론지었다. 그 결과 토마토는 색욕을 자극하는 ‘포모도로(사랑의 사과)’라는 이름을 얻으며 금단의 열매로 남아야 했다.

그 후 약 200년이 흐른 요즘. 토마토는 소스로, 요리로 다양하게 활용되며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채소 중 하나가 됐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토마토를 ‘몸에 좋은 10대 식품’에 선정하기도 했다. 토마토의 붉은색을 띠는 리코펜 성분은 전립샘암을 비롯한 각종 암 발생 위험을 현저히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감기 바이러스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주는 비타민C도 풍부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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