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선 최전방 담당 사단인 을지부대의 배대현(30) 대위가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되새기자는 취지로 계획한 원정대는 해외영주권을 취득하고도 자원입대한 병사 3명이 주축이 됐다. 기자도 대원으로 참가했다.
원정대는 민간인 통제구역인 민통선(民統線) 안쪽으로도 이동했다. 휴전선 남방한계선에서 5∼20km 남쪽으로 그어진 민통선 안쪽은 분명 대한민국 땅이지만 일반인은 출입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시중에 판매되는 전국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미지의 땅이다.
○ 해외영주권 입대병 등 12명 도전
배 대위를 팀장으로, 을지부대 이용승(34) 상사를 부팀장으로 한 원정대는 모두 12명. 해외영주권 취득자인 을지부대 김세훈(21) 우대식(23) 이동현(23) 상병과 국방부 근무지원단의 ‘연예병사’ 지성(본명 곽태근·30) 상병, 이번 원정을 후원한 LG패션 라푸마의 설주택(37) 장효우(34) 과장, 한성항공 승무원 최왕빈(26) 씨, 박요한(36) 월간 아웃도어 발행인, 차량 지원을 맡은 월간 아웃도어 염태정(29) 기자.
임진각에서 2.5km 떨어진 통일대교를 건너자 바로 민통선이다. 원정대는 군부대를 통과한 뒤 남방한계선 철책선 옆으로 난 군용도로에 들어섰다.
이번 휴전선 횡단 계획은 철책선에 가장 가까운 군용도로를 이용하는 것. 하지만 이 계획은 무모했다는 것이 곧 드러났다. 군용도로는 비포장인 데다 평지가 없었다. 자전거는 내리막에서 시속 35∼50km의 속도를 내지만 오르막에서는 시속 4∼6km가 고작. 첫날 원정대는 목표 지점에서 20km나 못 미쳐 있었다.
○ 군용도로 이용… 1293m 향로봉에도
원정대는 기상시간을 오전 7시, 오전 6시 30분, 오전 5시 30분으로 계속 앞당기며 고삐를 당겼다.
강행군이 이어지면서 부상도 속출했다. 대원 모두 몸 여기저기가 긁히고 까졌으며 심한 근육통과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대원도 나왔다. 지성 상병이 첫날 저녁 식사 중 “이제는 정말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원정 4일째인 6일 인제군과 고성군의 경계에 있는 해발 1293m의 향로봉을 오르는 것은 이번 원정의 최대 고비였다. 을지전망대(해발 1020m)에서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10여 km의 산길은 도보로도 쉽지 않은 급경사의 연속이었다.
○ 노루와 함께 자연을 호흡하다
원정대는 최전방 육군 11개 사단을 거쳤으며 군 막사에서 묵었다. 새로운 막사로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향로봉에 있는 부대에는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낡은 막사도 많았다.
휴전선 초소의 군인들은 운동장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주야간 2교대 근무를 한다.
하지만 자연은 개발의 손길이 미치는 않은 덕분에 오염되지 않은 천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길가에서 뛰어노는 노루가 보였다. 멧돼지도 자주 출몰한다고 한다. 원정대가 지나온 길은 산악자전거 코스나 등산로로 환상적이었다. 이 지역이 군 통제 지역으로 묶여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통일전망대=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