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한광식(40) 씨는 매주 한 차례 화성시 정신보건센터를 찾는다. 이 센터의 여가 활용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장애인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센터까지 데려다 주는 ‘발’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씨도 난치병을 앓고 있는 장애인이다. 그는 고향인 화성에서 농사를 짓다가 1992년부터 택시 운전사로 일했다. 농사보다 편한 일을 찾자고 한 것인데 운전대를 잡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팔다리 동맥과 정맥에 염증이 생겨 손가락과 발가락이 썩어 들어가는 ‘버거병’을 앓게 됐다.
한 씨는 손가락과 발가락을 잇달아 잘라 내며 투병생활을 하다 병의 진행 속도가 완화됐다는 진단을 받고 2000년 생계를 위해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운전대를 잡은 바로 그해부터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위한 봉사에 나섰다.
“통원 치료를 받을 때 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이제 제가 움직일 수 있게 됐으니까 받았던 것을 사회에 되돌려 주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 직업이 택시 운전사라 기쁩니다. 혈기 왕성한 젊은 장애인들이 집안에만 있는 것을 보면 무척 안타까워요. 집에만 있으면 사회와 더 단절되거든요.”
양쪽에 각각 두 개의 손가락과 발가락만 남아 있지만 운전에는 별다른 불편을 못 느낀다고 그는 말했다.
“제가 도와준 장애인들은 작은 선물을 내밀어요. 꽃꽂이 등 다양한 답례인데 그들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보람을 느끼죠. 일주일에 한 번 1∼2시간 자동차로 봉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데 받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힘이 된다니 오히려 제가 고맙지요.”
한 씨는 19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정신건강대상 시상식에서 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한 씨의 동료 택시 운전사 29명도 장애인의 발이 되는 선행에 동참하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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