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의 간병…日이와키씨 서울서 자원봉사

  • 입력 2006년 10월 30일 03시 01분


“한국의 아픈 노인을 돌보는 제 일이 한일 양국의 불행한 기억을 지우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자신의 조국이 지은 죄를 씻고자 홀로 한국에 와 말 한마디 안 통하는 노인들의 병 수발을 드는 70대 일본인 노인이 있다.

이 특별한 자원봉사자는 서울 중랑구 서울시립북부노인병원에서 일하는 이와키 구니히사(巖木邦久·71·사진) 씨.

“한국에 놀러와 6개월 동안 살면서 등산도 원 없이 다니고 신나게 지냈어요. 그러다 ‘지금부터라도 이 땅에서 여생을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는 곧바로 고향인 가나자와(金澤)로 돌아가 3개월간 간병전문학교를 다니며 간병인 자격증을 땄다.

일본의 노인병원에서는 4개월간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노인 환자를 대하는 말투부터 배변 돕는 법, 옷 갈아입히는 법까지 실무를 익혔다.

그리고 지난달 초 시립북부노인병원에서 한국의 노인들을 돕기 시작했다. 첫 인연을 맺은 사람은 오병순(92) 할머니. 처음 오 할머니는 일본인인 그의 손을 꼬집고 거친 말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일제강점기에 배운 일본어로 말을 걸기도 한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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