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회 전국체전에서 양궁 부문 고등부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한 인천 부개고 2학년 김설희(17) 양은 여동생 2명을 돌보는 가장이다.
양궁을 시작한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후두암을 앓던 어머니도 지난해 5월 세 자매를 남겨두고 눈을 감았다.
어머니를 잃고 난 뒤 김 양은 한동안 방황했지만 어린 두 동생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모(40)가 잘 방을 마련해 주고, 두 동생을 돌봐 준 덕분에 김 양은 다시 활시위를 힘차게 당겼다.
1979∼81년 국가대표 양궁선수로 활동한 이항용(46) 감독과 오재궁(61) 교장이 김 양을 돕기 위해 나섰다.
양궁선수를 하려면 활과 화살을 사는 데 매년 500만 원 이상이 들지만 이 감독과 오 교장은 실업팀 선수가 사용하던 낡은 장비를 가져다가 양궁제조업체에 사정해 새것으로 바꿔서 김 양에게 건넸다.
또 인천시교육청과 인천시체육회에 김 양의 딱한 사정을 호소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
이 감독은 학교 옆 넓은 공터의 주인인 KT에 부탁해 조성한 연습장에서 김 양에게 하루 6시간 이상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켰다.
5월에 양궁선수로 활동하는 막내 동생(12)이 전국소년체전에 나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3개를 따자 김 양은 더욱 연습에 몰두했고,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감독은 김 양을 대학에 보내고 싶지만 김 양은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실업팀에 들어가 돈을 벌 계획이다.
곧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는 김 양은 “실업팀에 입단해도 올림픽에 출전해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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