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사업가 뮐러씨 “한국 논두렁 걸으며 건강 되찾았죠”

  • 입력 2006년 11월 3일 03시 00분


1986년 스위스 사업가 카를 뮐러(54·사진) 씨는 경기 의왕시 외곽의 질퍽한 논두렁을 걷고 있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과로로 허리와 무릎에 고질적인 통증이 생긴 뒤였다. 그는 이곳 농가주택에서 요양하고 있었다.

흙 속으로 발이 푹푹 들어가는 논두렁을 걸어 다니던 그는 어느 날 허리와 무릎 통증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부드러운 흙이 허리와 무릎에 주는 충격을 흡수해 몸을 편안하게 해 준 것. 이때 그는 이런 느낌을 주는 신발을 만들어 신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에서 기계제어공학을 전공한 그는 1990년 맨발 느낌에 가장 가까운 신발을 개발했다. ‘마사이 워킹’으로 잘 알려진 MBT(Masai Barefoot Technology) 신발이었다. 한국의 논두렁에서 힌트를 얻은 이 신발은 지금까지 세계 20여 개국에서 300만 켤레가 팔려 나가면서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KOTRA와 산업자원부가 주관하는 ‘외국인 투자 주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뮐러 스위스 마사이사(社) 회장을 1일 만났다. 그는 유창한 한국말로 인터뷰에 응했다.

뮐러 회장은 ‘마사이 워킹’의 창시자. 신발을 개발한 뒤 이 신발의 원리를 ‘마사이 워킹’이라고 이름 붙였다.

“맨발로 생활하는 마사이족은 평균 수명이 80∼90세로 타고난 건강을 자랑합니다. 마사이 워킹은 마사이족처럼 걷는 ‘건강한 걸음’을 의미합니다.” MBT 신발의 핵심기술이 집약돼 있는 밑창은 부산에서 만든다. 완제품은 중국 베트남에서 만들지만 밑창만큼은 한국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1976년 대학 재학 중 현장실습차 한국을 찾아 지금의 한국인 부인을 만나는 등 오랜 인연을 맺은 탓에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제품의 질이 좋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제조업에 매우 재능이 있습니다. 근면하고 일처리가 정확하죠. 인건비가 비싸도 제품의 질을 위해 핵심 부품만은 한국에서 계속 생산할 겁니다.”

“나는 신발 장사가 아니라 올바른 걸음법 전도사”라는 그는 앞으로 ‘마사이 워킹 교육센터’를 늘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인간이 발에 신을 신고, 땅이 아닌 아스팔트를 걷게 되면서 걸음은 인체에 ‘충격 요인’이 됐습니다. 이것을 ‘건강한 걸음’으로 바꾸는 게 제 꿈이죠.”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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