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기지 과학자만 가나요… 전 벌써 네 번째 가는걸요”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1분


내년은 한국이 남극에 세종기지를 세우고 본격적인 극지 연구를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해.

세종기지에는 연구원들 외에도 이들의 편안한 생활과 연구 활동을 보장해 주는 숨은 일꾼들이 있다. 기지의 전기, 기계 설비를 책임지는 기술자들이다.

13일 이곳에 파견되는 20차 남극 월동대엔 이색 지원자들이 있다. 김홍귀(34) 김경복(40) 씨가 화제의 주인공. 두 사람은 3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번 남극행 티켓을 따냈다.

김홍귀 씨는 이번이 벌써 네 번째 남극행. 연구원이 아닌 기술원이 여러 차례 남극을 다녀온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우연한 기회에 신문광고를 보고 지원해 2000년 처음 설원을 밟기 전까지 그는 평범한 중장비 기사였다. 첫 남극 탐험에서 돌아온 뒤 ‘짜릿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두 번 더 남극행을 지원했다.

그에게도 가슴 시린 아픔이 있다. 2003년 조난된 동료를 찾기 위해 함께 보트를 타고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고(故) 전재규 대원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그때의 아픔을 잊기 위해 이번에 다시 한번 남극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20차 월동대원 중 ‘큰형님’뻘인 전기기사 김경복 씨는 다섯 번의 도전 만에 남극행 티켓을 따냈다. 남극 기지 기술원은 마흔 살까지 지원할 수 있어 그에겐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는데, 원래 가기로 했던 지원자가 개인 사정으로 못 가게 돼 대신 가게 됐다.

20차 월동대 17명은 13일과 내년 1월 초 두 팀으로 나뉘어 남극 현지로 떠나 1년간 세종기지에서 생활하게 된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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