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으로 투병 중인 김영작(65) 국민대 명예교수는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삼청동 주한일본대사관저에서 열린 일본 욱일중수장(旭日中綬章) 전달식장에서 유머를 잃지 않았다. 이 훈장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의 성공적 개최 등 일본 연구의 진흥과 한일 상호이해 촉진에 기여한 김 교수의 공로를 인정해 수여됐다.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주한 일본대사는 축사에서 "한국인 수여자 중 일본정치 전문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우리 모두 김 교수의 수완과 용기에 항상 감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용기가 기적을 낳은 것일까. 김 교수에게 이날이 더욱 뜻 깊었던 것은 이틀 전 의료진에게서 "정밀 진단 결과 몸속 암세포가 깨끗이 사라졌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수술 불가의 폐암 판정을 받았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일본 유학생 시절 연구목적으로 방북했다가 이로 인해 무기징역형을 받고 투옥됐다 석방된 뒤 전두환 정권 때엔 보수정객으로 활약한 '풍운아'가 병마에 스러지는가 하는 안타까움이었다. 35명의 일본학 전공자가 참여한 그의 정년퇴직 기념 '일본학총서'가 4월에 서둘러 출간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당시 출판 자축연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지 병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이놈을 이겨내고 미뤄 둔 공부를 마무리 짓겠다"며 다짐했는데 6개월여 만에 약속을 지킨 셈이 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40여 명의 정계와 학계 인사들은 "역시 풍운아답다"며 축하인사를 건넸다.
김 교수는 "6개월마다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큰 문제가 없는 한 내년 4월엔 날 위해 자리를 비워 둔 일본 호세이(法政)대 교수로 가서 연구에 전념하겠다"며 오뚝이처럼 강한 의욕을 보였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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