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박물관 중 하나인 에르미타주에서 대중적 장르인 사진전이 열리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국 작가로는 1993년 김흥수 화백 초대전 이후 두 번째 전시이기도 하다.
‘코리아, 바람의 소리’라는 주제로 열린 전시에서 조 씨는 20여 년간 서울 덕수궁과 운현궁, 경북 안동 하회마을, 제주 일출봉 등을 배경으로 촬영한 한복 입은 여인들의 모습 28점과 140여 점의 슬라이드를 선보였다.
전시장을 찾은 현지 관객들은 전통 가옥과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디자이너 고(故) 허영 씨를 비롯한 김영석 이영희 씨의 한복을 맵시 있게 차려 입은 모델들의 자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영국의 미술 평론가 카산드라 푸스코 씨는 “한복의 시적 이미지가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 떼처럼 날아오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전통 한지에 피그먼트 잉크로 프린트한 작품들은 표면이 번들거리지 않고 한지 특유의 깊고 질박한 맛이 우러나 한복이라는 소재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복을 입은 이영애 이미연 배두나 등 인기 배우들의 사진은 우리 전통의상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번 초대전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학장을 지낸 세르게이 롤두긴 교수가 2004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조 씨의 한복 사진전을 보고 에르미타주에 적극 추천해 성사됐다. 롤두긴 교수는 “한복이라는 단일한 소재로 다양한 생활상과 내면 세계를 묘사하는 솜씨가 놀랍다”며 “보수적인 에르미타주에서 최초의 사진전 작가로 선택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소피아 쿠드리압체바 에르미타주 교육문화센터장은 “부드러운 한지를 사용해 한국인 특유의 인내와 차분함의 이미지를 잘 전달했다”며 “러시아인들이 한복의 아름다움을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전은 26일까지 계속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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