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6시 도쿄(東京) 아카사카프린스호텔에서는 일본에서 한국어 교육의 개척자이자 일인자로 유명한 김정숙 전 긴키(近畿)대 교수의 77세 생일을 축하하는 희수(喜壽)연이 열렸다.
도쿄교육대(현 쓰쿠바대)에서 체육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한 김 전 교수가 다쿠쇼쿠대에서 교편을 잡게 된 것은 당시 총장이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의 요청 때문이었다.
김 전 교수는 처음에는 “전공 분야가 다르다”며 거절했지만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나카소네 전 총리의 간곡한 부탁을 끝내 외면하지 못했다.
당시는 한국을 멸시하는 일본인이 적지 않았고 마땅한 교재조차 없던 시절이다. 김 전 교수는 손으로 쓴 종이를 복사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편 한국의 전통적인 미덕도 몸에 익히도록 했다.
김 전 교수의 제자인 모리야마 나리타카(森山成孝) 젠칸 사장은 “선생님과의 인연이 36년 동안이나 이어지는 것은 일본인이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를 가르쳐 주셨기 때문”이라면서 “선생님은 우리에게는 어머니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자들도 “교육방식은 다른 교수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엄했지만 인간적인 따뜻함만큼은 언제나 잃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전 교수는 사회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에도 힘을 쏟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나카소네 전 총리를 비롯한 정치지도자들과 기자단에게 무료로 한국어를 강의했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전국 도시를 돌며 순회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때 쓴 “한글을 알면 축구가 두 배로 재미있다”라는 회화교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김 전 교수가 혼자 힘으로 펴낸 한일 및 일한 사전은 일본에서 떠들썩한 화제를 낳기도 했다.
한국어 교육을 통해 한일 간의 문화 교류에 기여한 김 전 교수의 업적은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그는 1997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외상(外相) 표창을 받았으며 2000년에는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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