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부방범순찰대에 근무하는 이종민(20) 일경은 8월 4일 저녁 무렵 포항건설노조원들의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와 맞닥뜨렸을 때의 참담함을 이렇게 글로 썼다.
경찰청은 8월부터 전·의경을 대상으로 공모한 집회·시위현장 체험수기 278편 중 10편을 골라 ‘전·의경 그들의 삶’이란 수기집을 만들어 전국 경찰서에 배포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일경의 수기에는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는 시위 현장에서 탈진을 막기 위해 포도당 성분의 알약을 나눠 먹고 시위대와 밀고 당기는 상황에서 숨이 막히자 ‘사람이 이렇게 죽을 수도 있구나’라는 두려움에 떠는 경찰들의 모습이 묘사됐다.
6월 마포대교에서 시각장애인들의 폭력 시위를 막아야 했던 서울 마포방범순찰대 황호진(22) 일경은 “사실상 우리는 그들의 적이 아니다.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바와는 전혀 상관없는 청년들일 뿐이며 안전을 위해 배치됐을 뿐인데 그저 맞고 있는 것이다”고 울분을 토했다.
수기집에는 자식을 전·의경으로 보내 놓고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의 글도 실려 있다. 김진혁(57) 씨는 “아들을 의경에 보낸 것이 후회된다”며 “방어만 하는 경찰이 폭력 경찰이 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평화 시위의 정착이 절실하다”고 시위문화의 개선을 호소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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