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문화재 전문위원을 지냈으며 73년에는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 보유자로, 올해 8월엔 명예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고인은 일본 유학 시절 일본 음식과 서구식 영양학을 배웠지만 1942년 조선왕조의 마지막 주방 상궁인 한희순 선생을 만나 궁중음식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1971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궁중음식연구원’을 세워 궁중음식 조리법의 계량화와 조리법 전수에 힘썼다.
사라질 위기에 빠진 궁중음식을 되살리는 것은 고달픈 길이었다. 그는 스승인 한 선생이 기거한 서울 안국동 낙선재까지 전차를 타고 다니며 묵묵히 배웠다.
“그냥 서서 한 10년 구경했어. 몇 년 지나니까 음식 맛을 보게 해 주셨지. 궁중은 말투가 달라. 입을 크게 벌리지도 않고 작은 소리로 말하는데 뒤로 갈수록 더 작아져. 양념도 슬그머니 ‘양염’, 배는 ‘생이’라고 해.”
고인은 궁중음식연구원과 숙명여대 서울대 등에서 5000여 명의 ‘요리 제자’를 배출했다. 저서로 ‘이조 궁정요리 통고’ ‘궁중음식’ ‘생활요리’ ‘열두 첩 수라상으로 차린 세월’(회고록) 등이 있다. 교육훈장 목련장과 보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은 1남 3녀. 장녀 한복려(59·궁중음식연구원장) 씨와 차녀 복선(57·한복선식문화연구원 원장) 씨는 요리연구가로 활동 중이고, 3녀 복진(54·전주대 문화관광대 학장) 씨와 장남 용규(48·㈜지화자 대표이사) 씨도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영안실이며 발인은 16일 오전 6시. 02-3410-6915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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