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지체장애 3급 여성이 목장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조옥향(53·사진) 씨는 건설회사에 다니는 남편 김상덕(56) 씨를 설득해 아버지의 고향인 경기 여주군으로 내려가 젖소를 기르기 시작했다. 29세 때인 1982년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16개월 동안 남편이 해외근무를 하게 돼 떨어져 살았어요. 그 이후 남편의 직장에 매여 사는 게 싫어졌어요. 식구들끼리 사는 게 좋잖아요.”
소 3마리로 시작했다. 그러나 서울 살던 가정주부는 목장 일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초기에 남편은 두 번이나 보따리를 쌌다. 서울 출신의 샐러리맨은 시골생활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때마다 조 씨는 남편을 설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만큼 조 씨를 믿게 됐다. 그러기를 24년. 이제 조 씨는 4만여 평의 초지에 젖소 165마리를 키우고 연간 1만 kg의 우유를 생산하는 ‘은아 목장’의 어엿한 대표다. 우유와 수제 치즈로 얻는 연 매출액은 5억 원에 이른다.
조 씨는 “목장 일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를 대하는 마음에 진심이 어려 있어야 하고 최선을 다하면 결국엔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다.
귀농은 자식농사에도 도움이 됐다.
둘째 딸 지아(20) 씨는 “엄마처럼 살겠다”며 축산학과에 진학했다. 지금은 일본 라쿠노가쿠엔(酪農學園)대에 유학하고 있다.
“첫째 딸은 디자인 공부해요. 나중에 둘째가 치즈와 아이스크림, 버터를 상품화하면 상표 디자인을 할 겁니다. 사위로 어떤 녀석들이 올지 모르지만 패밀리 비즈니스 하렵니다. 하하.”
그는 낙농업이 ‘종합예술’이라고 했다. 소 기르고 먹이고 치료하고 기계 만지는 것까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 씨는 농림부가 대표적 여성 농업인 15명의 성공 이야기와 경영비법 등을 담아 18일 펴낸 ‘여성 농사꾼의 유쾌한 성공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에도 소개됐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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