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차장은 내년 6월 말 정년퇴임을 맞지만 통계청 인사에 숨통을 틔워 주기 위해 6개월 앞당겨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1968년 옛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에서 7급 공무원(주사보)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통계청에서 첫 번째 여성과장, 첫 번째 여성국장 등 수많은 ‘1호’ 기록을 세웠으며 지난해 8월에는 최초의 여성 통계청 ‘2인자’가 됐다.
김 차장은 “1960년대 말부터 2000년대까지 격동하는 한국의 사회와 경제를 통계를 통해 지켜볼 수 있었던 만큼 보람 있는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1960년대 10여 종에 그쳤던 통계청의 공식통계가 현재 50여 종으로 늘어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통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한국 통계의 개척자’로도 불린다.
김 차장은 1993년 6월 인구통계과장 시절 ‘고령자(高齡者) 보고서’를 만들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13년 전에 이미 고령화의 문제를 경고했는데 정책 당국자들은 최근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움직였어요. 통계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창(窓)인 만큼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통계를 더 깊이 살피고 미리 대처해야 합니다.”
김 차장은 “너무 오랜 시간 일만 한 것 같아 우선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몇 개월 여행도 다니고 음악도 들을 계획. 그 뒤에는 평생 축적해 놓은 통계 기록들을 책으로 묶을 생각이다. 미혼인 그는 83세의 노모를 모시고 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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