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할 뻔한 네 쌍둥이 자매의 얼굴에 10일 환한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이날 오전 10시 반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가천의대 길병원에서는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이 수원여대 간호학과에 진학한 황슬(18), 밀 양과 강릉영동대 간호학과에 합격한 설, 솔 양에게 입학금과 1년치 등록금인 2300만 원을 전달했다.
이 회장이 네 자매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9년 1월 11일.
강원 삼척시 도계읍에 살던 자매의 어머니 이봉심(53) 씨가 이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길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출산 예정일을 3주가량 남겨 둔 이 씨가 친정이 있는 인천을 찾았다가 갑자기 양수가 터진 것.
오전 3시 네쌍둥이 산모가 병원에 실려 오자 당시 길의료재단(현 가천문화재단) 이사장이던 이 회장도 당황했지만 즉시 산부인과 과장에게 제왕절개수술 집도를 맡겼고 쌍둥이 4명은 건강하게 태어났다.
이 회장은 광원으로 일하는 이들의 아버지 황영천(53) 씨가 수술비와 입원비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딱한 사정을 듣고는 수술비 등을 일절 받지 않았다. 오히려 1주일 뒤 퇴원하는 이 씨에게 산후조리를 잘하라며 생활비를 주고는 “네 쌍둥이가 건강하게 자라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면 등록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9월 사진첩을 정리하던 이 회장은 네 쌍둥이와 찍은 사진을 보다가 당시의 약속을 떠올렸고, 이들의 근황을 수소문한 끝에 경기 용인시에 살고 있는 네 쌍둥이 가족을 찾았다. 아버지 황 씨가 척추협착증을 앓으면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힘들게 살아 수시모집에 합격한 네 자매의 대학 진학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날 병원에서 장학금을 전달한 것.
이 회장은 이날 네 쌍둥이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겠다”고 약속했다.
황슬 양은 “부모님이 늘 아프셔서 잘 돌봐드리고 싶어 간호사가 되려고 했다”며 “대학을 졸업한 뒤 병원에서 일하며 가난한 이웃을 보살피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