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투나잇” 1만 관객 열광… 에릭 클랩턴 내한공연

  • 입력 2007년 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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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내한 무대를 펼친 에릭 클랩턴. ‘기타의 신’으로 불리는 그는 이날 1만여 명의 관객에게 기타 연주의 진수를 선사했다. 사진 제공 서울음반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내한 무대를 펼친 에릭 클랩턴. ‘기타의 신’으로 불리는 그는 이날 1만여 명의 관객에게 기타 연주의 진수를 선사했다. 사진 제공 서울음반
23일 밤 그는 무적(無敵)이었다. 1만여 명의 관객 앞에 펼쳐진 영국발(發) ‘기타의 신’이 선사하는 연주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녹이고 또 녹였다. 환희와 고독, 비애…. 40여 년 기타에 담긴 철학은 아무런 말 없이 소리로만 관객들에게 스며들었다. 공연장 앞에 붙은 ‘클랩턴 이즈 갓’이란 문구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에릭 클랩턴(62)은 변함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일본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태국 중국 등 6개국 월드투어의 하나로 내한한 그는 무대가 열리자마자 화려한 애드리브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8인조 밴드와 함께 등장한 그는 1970년 ‘데릭 앤드 더 도미노스’ 밴드 시절 발표한 ‘텔 더 트루스’를 시작으로 ‘키 투 더 하이웨이’ ‘갓 투 겟 베터 인 어 리틀 와일’ ‘리틀 윙’ 등 초창기 히트곡을 선보였다. 검은색 티에 청바지 등 차림은 이웃집 아저씨 같았지만,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기타 선율은 예리하면서도 풍성했다.

노장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기타 애드리브가 객석을 싸안을 무렵, 관객들은 그의 목소리에 또 한번 매료됐다. 환갑을 넘은 나이지만 마치 젊은 로커처럼 그는 카랑카랑하고 또박또박 노래를 불렀다. 관객들은 최면에 걸린 듯 준비한 야광봉도 놓은 채 연주에 빠져들었다. 잼 연주로 무대를 뜨겁게 달구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블루스로 장내를 끈적끈적하게 만들었다. 공연장은 그가 관객과 함께 기타 연주음의 파도를 타는 듯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밴드와 잼 연주로 신명을 북돋운 그는 통기타를 어깨에 메고 의자에 앉아 1960년대 밴드 ‘크림’ 시절 히트곡 ‘아웃사이드 우먼 블루스’를 연주했다. 대부분 그의 초기 히트곡 위주로 이뤄지던 공연은 ‘원더풀 투나잇’ ‘레일라’ 등 한국에서도 유명한 대표곡이 흘러나오자 하이라이트에 이르렀다. 관객들은 놓고 있던 야광봉을 흔들기 시작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클랩턴”을 외치는 ‘넥타이 부대’도 눈에 띄었다.

14곡의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발을 구르며 “앙코르”를 외쳤고 그는 다시 무대로 나와 ‘코카인’, ‘크림’ 시절 발표했던 ‘크로스로즈’를 연주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관객들은 그가 히트곡 ‘티어스 인 헤븐’을 부르지 않아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클랩턴은 “이제 슬픈 노래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이 공연을 기획한 아이예스컴의 윤창중 사장이 전했다.

이날 공연장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10대부터 넥타이를 맨 30대 회사원, 손을 꼭 잡은 중년 부부 등으로 만원을 이루었다. ‘god’ 출신의 김태우를 비롯해 거미, 이한철 등 한국의 가수들도 그의 현란한 손놀림에 박수를 보냈다.

관객들은 “인사 한마디만”을 외쳤지만 그는 털털한 목소리로 “생큐”만을 남긴 채 무대에서 홀연히 떠났다. ‘기타의 신’은 더 말이 필요 없는 듯했다. 이미 기타로 40여 년간 인생사를 다 털어놓았으니….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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