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전 서구 월평동 계룡건설 사옥. 이시구(56) 사장은 창립 37주년 기념식장 마이크 앞에서 “불경기 속에서도 불철주야 고생하신 덕분에…”라며 말을 꺼냈다.
직원들의 귀가 쫑긋해졌다.
그의 입에서 ‘54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는 말이 나오자 직원들은 환호했다. 지난해 말 이미 성과급 200%를 받았지만 회사의 이 같은 선전은 다시 들어도 신이 난다. 건설경기의 장기 침체, 해외 진출의 어려움 속에서 지방 기업인 계룡건설이 이룬 성과는 거의 신화로 평가된다.
22일 사옥 접견실에서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내가 잘한 게 뭐 있나요. 다 직원들 덕분이지.”
동네 아저씨처럼 편안하지만 대답은 재미있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과장되지도 않고 똑 부러지지도 않는 그의 말 행간에 답이 들어 있다.
“직원과 회사의 탄탄한 신뢰가 최상의 근무여건을 만듭니다. 직원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최대한 발휘하고 그것이 곧 성과로 이어지지요.”
이인구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인 그가 계룡건설에 입사한 것은 1977년. 대전고, 한양대(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대한주택공사에서 일하다 3년 만에 그만두고 이 명예회장이 설립한 회사에 들어왔다.
“형은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어요. 하지만 난 그 반대지.”
전무로 있던 1987년 노조가 생겼다. “나도 환영한다고 했지요. 하지만 외부(산업별 상급노조)로부터 교육받는 노조는 반대한다고 했어요.”
그의 노조 대응 방식은 간단했다. ‘미리 헤아리자’는 것.
“노조가 100% 성과급을 기대한다는 정보를 듣고 150%를 지급했어요. 150%를 원하면 200%를 줬지.(웃음) 물론 미리 경영성과를 모두 공개했어요. ‘이만큼 벌었다. 이것은 직원 몫, 이것은 회사 몫, 이것은 투자 비축분’이라고 조목조목 설명했지요. 못할 얘기가 뭐가 있어요.”
노조는 1년 만에 자진 해산했고 계룡은 지금까지 무노조 사업장이다.
그는 1995년까지 형을 뒷바라지하다 지금은 사장으로서 회사 경영의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형은 명예회장으로 계룡장학재단을 맡아 문화장학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자제해 오던 외부활동도 최근 활발해졌다. 지난해부터 건설협회 대전지회장을 맡게 된 것은 그에게는 큰 변신.
“우리 회사만 잘되면 뭐해요. 충청권 중소건설업체가 어려운데. 서로가 사는 길을 모색해야지요.”
이를 위해 하도급이나 국내 대규모 건설사업에 그들이 참여하도록 돕고 있다.
계룡은 올해 ‘일류기업, 흑자시대, 해외진출’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룹 목표 수주액 2조2000억 원, 매출 목표는 1조31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이미 러시아에 진출해 주택건설사업을 시작했고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수주까지 한 상태.
‘희망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이제 은행으로부터가 아니라 시민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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