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인근 라미라다의 노인 주거단지에 사는 마거릿 콜러(80) 씨가 한인 친구 유금순 씨를 처음 만난 것은 1980년 샌프란시스코 동쪽의 베네시아에서였다.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유씨는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와 경희대를 졸업한 뒤 1950년대 후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유씨는 인디애나 대학에서 언론학 석사, 위스콘신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석사를 받고 사회사업가로 일하다 은퇴한 뒤 베네시아로 이주했다.
새로 이사 오는 주민의 정착을 돕는 자원 봉사자로 일하던 콜러 씨는 유 씨와 만나자마자 둘도 없는 친구사이가 됐다. 그런데 곧 유씨가 자궁암인 것이 발견됐다.
유 씨는 콜러 씨의 권유로 미리 유언장을 써놓기로 했다. 콜러 씨를 유산 집행인으로 지명해 재산 중 6만 5000 달러를 한국의 장학재단에 보내 청소년 육성에 써달라고 했다.
콜러 씨는 장학재단을 수소문 했지만 찾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는 마침내 올해 초 단지 내 주민회 이사인 박경준(67) 씨의 소개로 '들꽃 피는 마을'을 소개 받아 20년 전 친구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들꽃 피는 마을'은 가정이 없는 청소년 40여명이 교사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는 공동체이다.
콜러 씨는 "한순간도 잊을 수 없었던 친구의 유언을 집행하게 돼 기쁘다"며 "자신의 직분을 잊지 않고 자립적이었던 유씨의 뜻을 한국의 청소년들이 이어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로스엔젤레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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