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볼링종목인 보치아의 국가대표를 지낸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 대학원에 입학한 지 4년 만에 영예의 졸업장을 받는다.
다음달 15일 나사렛대(충남 천안) 졸업식에서 석사학위를 받는 김해룡(31) 씨.
재활복지를 전공한 그는 '뇌성마비 보치아 선수들의 경기 전 경쟁불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썼다.
뇌성마비로 태어난 그는 말 하는 것은 물론 남의 도움 없이는 거동조차 어려웠다.
"태어나자마자 '3개월 밖에 살수 없다'는 병원 측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실낱같은 생명을 이어 온 아들에게 감사할 뿐입니다."(어머니 유근주 씨)
초중고는 물론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유 씨는 항상 아들 곁에 있었다.
김 씨는 장애인들이 주로 하는 보치아의 국가 대표선수였다.
손과 발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공을 굴려 목표 공까지 근접시키는 보치아에 탁월한 능력을 갖춰 줄곧 선수로 지냈다.
고교 3년 때인 1996년에는 처음으로 애틀랜타 장애인올림픽 개인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고 1998년에 뉴욕 장애인세계선수권대회와 2000년 시드니 장애인올림픽에서도 금메달(단체전)을 땄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2002년 3월 나사렛대 대학원에 입학한 그는 나사렛대 장애인스포츠단 보치아 선수 겸 코치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학원을 마치기 위한 논문 작성은 무엇보다 넘기 힘든 벽이었다.
김 씨는 "수업시간에는 필기가 어려워 동료의 노트를 빌려야 했고 시험 볼 때에는 대필자가 필요했다"며 "워드 실력은 1분에 20타 정도지만 밤을 새며 논문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중증장애인도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그동안 나를 도와 준 모든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자신의 취업은 뒤로한 채 2005년 직접 설립한 중증 장애인의 자활센터인 서울 동작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봉사하기로 했다.
천안=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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