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이효석 연구로 박사학위

  • 입력 2007년 1월 31일 15시 57분


"매력적인 한국 문학을 혼자 즐기긴 아쉬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고 해외에도 알리고 싶어요."

이효석의 장편소설 '벽공무한(碧空無限)'을 주제로 논문을 써 다음달 연세대에서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는 미국인 스티븐 캐페너(49) 씨. 그는 늦은 나이에 한국 문학을 공부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1940년대 식민지 조선과 2000년대 한국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세계화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껴 벽공무한을 논문 주제로 삼았다.

캐페너 씨는 "벽공무한의 주인공은 하얼빈과 조선을 오가며 러시아 여성을 만나 결혼하는 개방적인 성향을 지녔고 '세계주의'란 말도 작품에 자주 나온다"며 "문학 작품으로 한국의 역사까지 비교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효석과 이광수의 작품을 특히 좋아한다는 캐페너 씨는 양귀자 정현종 김승옥 박흥용의 시와 소설을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가 처음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건 문학이 아닌 태권도 덕분이었다.

캐페너 씨는 원래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라이트급에서 두 차례나 동메달을 목에 건 태권도 선수 출신. 무릎 부상 때문에 19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는 못했지만 한국이 좋아 관광객으로 방문했다. 이후 1989년 서울대 대학원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해 태권도를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줄곧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는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교수로 활동하다 평소 즐겨 잃던 한국 문학 작품들을 제대로 공부하고 해외에 알리고 싶어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에 진학했다.

캐페너 씨는 "한국 문학 작품에는 섬세하고 다채로운 문장과 줄거리가 있다"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한국 문학 작품을 해외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학에서 꼭 교편을 잡고 한국 문학과 한국학을 연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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