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건너오기 전 에티오피아 제메두 데살렌(9·여) 어린이가 앓고 있던 질환들이다. 하지만 그는 1월 11일 6시간 반에 걸친 심장수술 뒤 건강을 되찾아 30일 퇴원했다.
한국의 6살 어린이 평균 몸무게(18㎏)에 불과한 제메두 양이 생명의 끈을 이어간 것은 지난해 11월 30일 에티오피아로 의료봉사를 간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산부인과 김철수(52) 과장과의 만남이 인연이 됐다.
김 과장은 수도인 아디스아바바 서쪽 긴지 지방에서 제메두 양를 업고 온 삼촌(40)을 만났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숨이 가빠 이동진료소까지 가기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것.
제메두 양은 집 나간 아버지와 정신질환을 앓는 어머니 대신 삼촌 손에서 자라고 있었으며 잘해야 하루 두 끼를 먹었다.
김 과장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아이의 가슴에 손만 대보고도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의 한 교회가 아디스아바바에 세운 병원으로 보내 정밀검사를 한 결과 심장판막에 이상이 있고 폐에 물이 심하게 차 그대로 두면 얼마 못가 숨질 상황이었다.
김 과장이 회원으로 있는 구호단체 '월드 투게더'가 항공료와 체재비를 지원하기로 했고 하트하트재단은 수술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14일 입국한 뒤 일산병원에 입원해 곧바로 수술을 해야 했으나 난관이 이어졌다. 영양실조, 폐렴, 기생충감염 등의 질환 때문에 도저히 수술을 할 수 없었다.
한 달 가까이 치료를 마친 1월 11일에서야 의료진 11명이 그의 심장에 인공판막을 시술했다.
워낙 상태가 좋지 않던 터라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던 병원 측은 계단을 가볍게 오르며 방긋 웃는 제메두 양을 보고서야 30일 퇴원시켰다.
병원 인근에 숙소를 마련해 앞으로 한 달 반 동안 통원치료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갈 예정인 그는 그토록 하고 싶었던 달리기 경주를 친구들과 함께 할 꿈에 부풀어 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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