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老부부교수 해외유명 과학저널에 리뷰논문 게재

  • 입력 2007년 3월 9일 03시 01분


권위있는 국제저널 ‘트렌드 인 바이오케미컬 사이언스’에 최근 생화학 분야 논문을 발표해 화제를 모은 고려대 의대 백운기(오른쪽) 김상덕 교수 부부. 임소형 동아사이언스기자
권위있는 국제저널 ‘트렌드 인 바이오케미컬 사이언스’에 최근 생화학 분야 논문을 발표해 화제를 모은 고려대 의대 백운기(오른쪽) 김상덕 교수 부부. 임소형 동아사이언스기자
“이 나이에 내 연구를 다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백운기(82·고려대 의대 연구교수), 김상덕(77·〃) 노교수 부부가 아들인 백주현 컬럼비아대 의대 교수와 함께 저명한 국제저널에 리뷰논문을 발표해 화제다.

생화학 분야의 권위 있는 잡지인 ‘트렌드 인 바이오케미컬 사이언스’ 최근호에 ‘단백질 메틸화반응’이란 논문에는 백 교수 부부와 아들의 이름이 공동저자로 나란히 실렸다. 학술논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부부의 사진도 실렸다.

백주현 교수는 2005년 ‘메틸화반응’에 흥미를 느껴 조사하던 중 다름 아닌 자신의 부모가 이 분야 세계적 선구자이면서 중요 논문을 발표했던 대가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아버지가 195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대학과 연구소를 오가며 ‘메틸화반응’이라는 개념을 처음 정립하고 이 과정에 필요한 효소도 여럿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메틸화반응이란 메틸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아미노산에 달라붙는 현상으로 1970년대 이후 연구가 주춤해지면서 오랫동안 잊혀져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세포 증식이나 유전자 리모델링 등 다양한 생명현상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요즘은 생화학 분야의 ‘핫이슈’ 가운데 하나가 됐다. 지난 45년간 발표된 메틸화반응 관련 2000여 건의 논문 중 약 1200편이 최근 6년 동안 나왔을 정도.

백주현 교수는 부모에게 리뷰논문을 쓸 것을 독려했고, 이번 리뷰 논문으로 백운기 교수 부부가 이 분야의 개척자라는 사실을 세계에 다시 한 번 알렸다.

미국 템플대의 백운기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원을 지낸 이화여대 전길자 교수는 “메틸화반응 연구의 기반을 한국인 과학자가 닦았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안타까웠다”며 백 교수 부부의 논문 기고를 반가워했다.

1995년 귀국한 백 교수 부부는 이제 템플대에서 나오는 연금으로 꽤 넉넉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연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30년 전 그대로다.

“오전 8시 전에 학교 실험실에 나와요. 인슐린이 분비될 때 메틸화반응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해서 곧 임상에도 적용해 봐야죠.”

부인인 김 교수는 “건강도 아직은 문제가 없다”면서 “몇 살이 됐든 여건이 허락할 때까지는 부부가 함께 연구실을 떠나지 않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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