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마라톤]“시민 갈채에 추위고생 훌훌”

  • 입력 2007년 3월 10일 02시 59분


박종암 씨가 9일 오후 2시 테이프를 끊으면서 대전 동구 정동 대전역 앞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 제공 중도일보
박종암 씨가 9일 오후 2시 테이프를 끊으면서 대전 동구 정동 대전역 앞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 제공 중도일보
“윌리엄 파이팅!”

9일 오후 2시 대전 동구 정동 대전역 광장. 장애인 돕기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1일 부산을 출발한 호주 교포 박종암(55) 씨가 광장 앞 도로에 들어선 뒤 ‘윌리엄의 투어 호주에서 한국까지, 사랑 싣고 달려요’라고 쓰인 테이프를 통과하자 주변에서는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윌리엄은 박 씨의 영어 이름.

2000년 호주의 정유회사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로 장애를 입은 박 씨는 걷지도 못할 것이라는 의료진의 예상을 깨고 불굴의 의지로 마라톤을 다시 시작했다.

박 씨는 부산을 출발한 뒤 그동안 울산, 경북 경주 영천, 대구, 경북 구미 김천, 충북 영동, 전북 무주, 충북 옥천을 거쳤다. 하루 40∼60km를 달리는 강행군 때문에 몸무게는 85kg에서 6kg이나 줄었다.

하루 일정 가운데 출발 직후와 도착 직전 5km씩 10km만 뛰고, 나머지는 사이클로 이동하고 있지만 오른발이 발가락을 포함해 3분의 1가량 잘린 2급 장애인인 그로서는 쉽지 않은 행군이다.

“평소에도 걸으면 가벼운 통증을 느껴요. 그런데 연일 뛰려니 말도 못하죠. 매일 진통제 두 알씩 먹고 장정에 나서요.”

박 씨는 “처음에는 봄기운이 완연해 지금 살고 있는 호주 날씨와 비슷했는데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해 상처 부위의 통증으로 고생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15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대장정을 마친뒤 18일 2007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8회동아마라톤대회에 참가한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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