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참전 이후 한국을 217번이나 방문하고, 북한도 9번 다녀온 미국의 헨리 홀리(80) 목사.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노병(老兵)은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며 “한국은 수많은 역경을 이겨 내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가지게 됐다”며 ‘한국 사랑’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그는 올해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의 전도대회를 앞두고 아시아 담당 총재역으로 행사 준비 상황을 챙기기 위해 12∼23일 부산을 방문했다.
그는 “전쟁이 일어난 당시 한국은 아주 절망적이었다”며 “그러나 미국과 한국이 힘을 합했고,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한미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은 서로 돕고, 돕기를 원하는 사이”라며 “한국은 배울 게 정말 많고, 좋은 나라여서 영원히 친구 사이로 지냈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1973년 남한에서, 1996년 북한에서 열린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의 책임자였던 그는 “일제강점기와 북한의 침공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한국을 이루어 낸 원동력은 강인한 정신과 민족의 저력”이라며 “그래서 한국인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홀리 목사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6·25전쟁 참전 21개국 용사들의 유해가 안치된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참배하는 일을 빼놓지 않는다.
“비문에 새겨진 전우들의 이름 하나하나에 전쟁의 아픔과 그 가족들의 눈물이 묻어 있습니다. 한미 간의 우정이 이곳에 있지요.”
그러나 20일 참배하던 자리에서는 “미국이 6·25전쟁에 쏟아 부은 정성을 생각할 때 한국은 미국을 너무 소홀히 대접하는 것 같다”며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23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다음 달 9일 북한을 방문할 예정인 그는 6·25전쟁 당시 양측에 참전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25개국 참전용사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평화 행진’을 제의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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